소문으로만 나돌던 한미연합회(KAL) LA지부의 내분이 결국 가시화되었다. 지난 몇 달에 걸친 사무국장과 이사장의 이견에서 비롯된 불화는 이사회를 사무국장 지지파와 반대파로 양분시키면서 사무국장 해임투표로 이어졌고 표 대결에서 패배한 이사장 측 7명 이사들은 지난주 무더기 사퇴를 감행했다. 이사장 측은 사무국장의 리더십 부족으로 인한 KAC의 활동 저하를 탓했고 운영진에선 재정난과 이사장 측의 부당한 운영간섭을 지적했다.
일단 실망스럽다. 일부 1세 단체들의 고질이었던 주도권 다툼을 가장 대표적인 2세 단체에서도 보는 것은 전혀 유쾌하지 못하다. 얼마간 감상적 생각일 수도 있겠지만 2세 단체에 대한 커뮤니티의 기대치는 이보다는 높았다. 이상적 목표를 향한 순수한 봉사 정신이 이해타산이나 자기중심적인 아집보다 강할 것으로 기대했다. 이견은 대화로 극복하고 목표달성을 위해 한발씩 양보하는 이성적 자세로 문제해결을 할 것이라고 믿었다.
그동안 KAC는 주류사회를 향한 한인들의 대변자였다. 미 사회제도에 미숙하고 영어가 서툰 1세들이 대다수인 한인사회의 입장을 전하고 이익을 보호하는 우리의 ‘보이스’였다. 1983년 첫발을 내딛었던 KAC는 그것을 위해 설립되었고 그렇게 키워지며 그 역할을 충실히 이행해 왔다. 유권자 등록과 선거안내 캠페인을 성공적으로 벌여왔고 시사주간지 타임이나 롤링스톤지가 한인 왜곡기사를 보도했을 때 효율적으로 항의했으며 KAL기 피격사건시 한인들의 입장을 조리있게 전달했다. 특히 4.29 폭동발생후 KAC의 활약은 폐허에서 절망했던 1세 부모들에게 힘과 용기를 불어넣어 줄 만큼 눈부시고 감동적이었다.
그러나 지난 몇해 KAC는 크고 작은 내분으로 침체를 보여왔다. 전임 사무국장의 10년 장기역임에 대한 반발이 재정문제로 번졌으며 전임국장의 사임 후엔 신임국장의 독선에 대한 불만, 이사장과의 불화 등으로 잡음이 그치지 않았다.
KAC는 거듭나야 한다. 거듭 날 수 있다. 두 가지를 우선 기억해주었으면 한다. 첫째, 1세 커뮤니티와 유대를 강화해야 한다. 그러기위해선 언어와 정서 이해 등 커뮤니케이션 자세를 가다듬어야 할 것이다. 둘째, KAC도 2세단체로서 재정적으로 자립해야 한다. KAC에서 성장한 2세들도 이젠 4,50대로 전성기에 서 있다. 자신들의 커뮤니티를 위한 단체에 재정적 도네이션을 하여 키울 수 있는 능력을 갖추었다. 새해로 창립25주년을 맞는 KAC가 그 목표와 역할을 재정립하여 보다 강력한 한인사회의 ‘보이스’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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