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건강 중요시’한인들 생활코드 변화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던 한인들의 인생철학이 차츰 변해가고 있다.
죽도록 고생하며 돈벌이에 매달리기 보다는 자신의 건강과 가족을 먼저 챙기며 시간적 여유를 갖고 살겠다는 한인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한인사회는 불경기의 여파로 본업과 부업을 함께 뛰던 투잡스족은 물론, 선후배들의 주말 특근이나 초과근무를 자청해 대타로 일하던 오티(OT)족들이 늘었던 것이 사실. 하지만 ‘젊을 때 고생하며 목돈모아 나이 들어 편안히 살아보자’보다는 ‘풍족하진 않더라도 짬짬이 즐기며 가족과 건강을 챙기자’는 주의로 한인들, 특히 젊은이들의 생활코드가 변화를 맞고 있다.
직장인 이세진(39·프레시 메도우 거주)씨는 요즘 토요산행을 즐기고 있다. 직원들이 돌아가며 주말 당직을 서야하는 서비스 업종에 종사하고 있지만 예전에는 당직이 아닐 때에도 걸핏하면 주말에 불려나가 대타를 뛰기 일쑤였다. 하지만 이제는 주말 일정은 무조건 비워두고 6개월 전
부터 꾸준히 산에 오르고 있다. 이씨는 “산에서는 건강을 생각해 주말 일손을 놓고 산행을 한다는 한인들을 의외로 많이 만나게 돼 나름 놀랐다”고 전했다.
미용재료상을 운영하는 이모(36·오클랜드가든스 거주)씨도 얼마 전부터 일요일 영업을 중단하고 가족과 시간을 보낸다. 아직 젊다고 큰소리치며 개업 후 2년간 주 7일 영업을 하면서 누적된 피로로 건강에 적신호가 오자 최근 주 6일제로 전환했다. 이씨는 일요일 매상을 결코 무시
할 수 없지만 가족과 건강은 젊을 때부터 지켜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미혼의 직장인 윤형호(30·플러싱 거주)씨는 한때 선후배들의 야근을 도맡다시피 했던 대표적인 오티족. 근무시간이 길어 직원들이 요일별 순번제 야근을 하고 있지만 부득이하게 순번을 바꿔야하는 선후배들의 요청에 윤씨는 아예 대타를 자청해왔던 것. 하지만 요즘은 돈 몇 푼을 더 벌기보다는 여유시간이 있을 때마다 책을 읽으며 자기 계발도 하고 대학원 진학도 준비 중이다.
금융업 종사자 김상현(32·베이테라스 거주)씨도 주 5일제 근무를 기본으로 토요당직이 불가피하지만 결혼 초까지만 해도 선배들의 당직근무를 대신하던 생활패턴에 최근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만만한(?) 대타가 없어진 선배들이 때로 밉지 않은 투정도 부리지만 김씨는 갓 돌을 지난 첫 아이를 데리고 아내와 함께하는 가족과의 시간이 더욱 소중하다는 믿음은 흔들림이 없다.
<이정은 기자> juliannelee@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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