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퍼 화요일 대선후보 윤곽 드러날까
공화당 대부분 주 ‘대의원 승자독식’… 허커비 선전 변수
민주당은 ‘득표율로 대의원 배정’ 일찍 결판나긴 힘들어
‘수퍼 화요일’에 민주당과 공화당의 대통령후보 윤곽이 확실히 드러날까.
전문가들의 대체적으로 회의적이다. 완전히 ‘결판’이 나기보다는 뚜렷한 ‘결말의 시작’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민주당의 경우 현재 판세는 허리케인급으로 격상한 ‘검은 돌풍’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의 쪽으로 기울고 있다. 선거 관계자들은 “그에게 부족한 것은 시간”이라고 입을 모은다. 기세를 불리는 속도로 보아 수퍼 화요일이 오늘이 아니라 1주일 뒤에 열린다면 승리는 분명 그의 몫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반면 그의 라이벌인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은 하필이면 수퍼 화요일을 코앞에 둔 시점에 그동안 굳건히 유지해 오던 오바마에 대한 지지율 우위를 상실했다. CNN의 조사에서는 전국 지지율에서 힐러리는 49% 대 46%로 역전을 허용한 상태이다. 오차의 범위를 염두에 둔다면 이들은 우열을 가리기 힘든 박빙의 접전을 벌이고 있는 셈이다.
이같은 판세에 민주당의 까다로운 대의원 분배 방식을 도입해 보면 수퍼 화요일에 뚜렷한 승자가 드러나지 않을 가능성이 커진다. 민주당 경선은 대의원 분배에 있어 승자가 해당 주의 대의원을 모조리 차지하는 ‘승자 독식제’가 아니라 득표율에 따라 대의원을 나눠 갖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따라서 막상막하의 접전을 벌이는 후보들이 차지하는 대의원의 수는 근소한 지지율 격차만큼이나 차이가 없게 된다. 수퍼 화요일을 고비로 ‘우세한 후보’가 나올 수는 있어도 ‘확실한 승자’가 탄생하기는 힘든 첫 번째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공화당의 사정은 민주당과 다르다. 공화당의 경우 거의 모든 주가 승자 독식제를 적용하기 때문에 경쟁후보에 간발의 차이로 이겼다 해도 해당 주에 배정된 대의원을 몽땅 차지할 수 있다. 그러나 민주당과 달리 공화당은 아직도 3파전의 구도가 허물어지지 않은 상태다. 존 매케인 상원의원이 추격자 미트 롬니 전 매서추세츠 주지사와의 사이에 나름의 ‘안전거리’를 확보하고 있으나 복음주의 기독교인들을 중심으로 한 마이크 허커비 전 아칸소 주지사의 남부 표밭 잠식을 손 놓고 구경할 만한 여유가 없다. 허커비의 힘은 최종 승자되기에는 부족해 보이나 선두주자의 발목을 잡아채는 ‘훼방꾼‘의 역할을 하기에는 모자람이 없다. 결국 공화당 측도 3명의 주자들 사이의 표 갈림 현상으로 수퍼 화요일에 ‘끝장’을 보기 힘들다는 결론이다.
수퍼 화요일이 ‘뚜렷한 승자’ 대신 ‘우세한 후보’만 내놓은 채 막을 내릴 경우 종반으로 가면서 이른바 ‘선택 반전’ 혹은 ‘유권자 후회’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1976년 공화당 경선에서 제럴드 포드는 경선 초반전에 로널드 레이건을 연파, 기세를 올렸다. 그러나 포드가 공화당 대통령후보 지명을 차지할 가능성이 높아지자 후반 레이스에서 레이건 쪽으로 표가 쏠리기 시작했고 두 사람의 대결은 전당대회 직전까지 이어졌다.
만약 이번 수퍼 화요일 레이스에서 힐러리나 오바마가 몇 승만 추가하면 지명을 확정지을 수 있을 정도의 현격한 우세를 확보한다면 선두주자에 대한 ‘지명 저지’ 움직임이 본격적으로 고개를 들 것이 분명하다. 물론 공화당에서도 매케인이 수퍼 화요일의 확실한 승자로 떠오르면 종반 레이스의 표가 미트 롬니에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 수학적으로 볼 때 수퍼 화요일에 ‘최종 승자’가 나올 수 없다는 시나리오대로라면 지명획득에 필요한 대의원 수인 ‘매직 넘버’를 채우기 위한 선두 주자들의 ‘막판 소탕전’은 5일 이후에도 한동안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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