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짱] 5년만에 빛보는 ‘비천무’ 주역 주진모·박지윤
기대-초조-실망-좌절-체념. 배우 주진모와 박지윤이 사전제작 드라마 <비천무>의 행보를 바라보며 느꼈을 5년간의 ‘좌절 5단계’다.
대한민국 첫 사전제작 드라마, 국내에서 처음 시도되는 중국 올 로케이션, 제작비 70억 원 등 제작 당시 온갖 화려한 수식어로 주목 받던 <비천무>는 방송사를 찾지 못해 사장될 위험에 처하다 5년 만에 극적으로 회생했다. ‘죽을 고비’를 넘기며 촬영에 임했던 남녀 주인공 주진모와 박지윤은 <비천무>의 지상파 편성에 만감이 교차하는 모습이었다.
주진모와 박지윤은 SBS 금요드라마 <비천무>(극본 강은경ㆍ연출 윤상호)를 통해 2월1일부터 시청자를 만난다. 5년의 공백에도 불구하고, 화이트 톤으로 의상을 맞춰 입고 등장한 두 사람의 모습 속에는 <비천무>의 주인공 진하와 설리의 모습이 녹아 났다.
두 사람은 오랜만에 만남에 어색해 했지만 주고받는 시선 속에는 이심전심(以心傳心)의 마음이 느껴졌다. 그간의 마음고생을 반영하듯 “방송된다는 것만으로도 기뻐요. 시청률 등 다른 욕심은 없죠”라고 한 목소리로 말문을 열었다.
#5년 전 주진모=순애보적인 사랑을 하는 진하!
주진모는 <비천무> 캐스팅 당시 꿈에 부풀어 있었다. 정통 무협 드라마라는 컨셉트와 한 여인에게 바치는 순고한 진하 역에 푹 빠졌던 그는 주저 없이 중국으로 향했다. 8개월 가량 중국에서 촬영하는 도중 말에 떨어져 자갈밭에 구르는 위험한 순간도 있었다. 하지만 주진모는 드라마에 대한 확신 때문에 마냥 즐겁기만 했다. 그렇기 때문에 <비천무>의 방송이 지연되는 걸 지켜보는 일은 고역이고 아픔이었다.
“금방 방송 될 줄 알았어요. 하지만 계속 늦춰지다 보니 이대로 사라지겠구나 싶어 캄캄했죠. 중국에서 먼저 방영될 때는 ‘너무 한다’ 싶은 마음으로 정말 화가 났고요. 비록 24부작이 14부로 편집됐지만 방송할 수 있다는 게 정말 기뻐요. 힘들게 찍은 장면 장면들이라 편집되는 게 슬프지만 5년이라는 공백을 넘어 시청자에게 다가가기 위해 필요한 과정이기에 이해해요.”
주진모는 <비천무>에서 고려인 장수 진하 역할을 맡았다. 진하는 평생 한 여인을 가슴에 묻고 살아가는 캐릭터다. 영화 <사랑>에서 선보였던 순애보적이고 헌신적인 사랑은 <비천무>의 진하를 통해 익힌 것일지 모른다.
주진모는 “가장 기억의 남는 촬영장면은 사랑하는 설리를 위해 온 몸을 던지는 신이에요. 평생 한 여자만 사랑하며 살아가는 건 아무나 할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진하로 촬영하며 그 감정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에 무척 행복했죠”라며 5년 전의 추억을 곱씹었다.
#5년 전 박지윤=사랑에 열정적인 여인 설리!
박지윤에게 <비천무>는 첫 사극도전이자 연기 변신의 기회였다. 당시 촬영 중 입은 부상의 후유증은 지금도 계속되지만, 계속되는 통증처럼 <비천무>에 대한 애정도 변함없이 계속 됐다. 박지윤은 <비천무> 이후 국내 작품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박지윤에게 있어 <비천무>는 과거 작품이 아닌 현재 진행형 작품이다.
박지윤은 “<비천무> 설리 캐릭터에 반했었어요. 사랑에 모든 걸 내던지는 여자의 모습이 정말 아름다워 보였죠. 대본을 읽은 후 망설임 없이 결정했어요. 그래서 방송이 미뤄졌을 때 마음고생도 심했지만요. 만약 똑같은 선택에 기회가 온다 해도 저는 <비천무>의 설리를 선택할 거예요”라며 웃음을 보였다.
박지윤과 <비천무>는 닮은 구석이 있다. <비천무>는 비록 5년 동안 원치 않는 휴식기를 가졌지만 최근 발전된 편집기술을 통해 업그레이드되며 더욱 큰 관심몰이를 하고 있다. 박지윤 역시 5년여 휴식기를 통해 스스로 단장했고 더욱 큰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박지윤은 “5년 전의 모습이라 어색한 부분도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모든 것을 쏟아 부으며 촬영했고 그 덕에 많은 부분에서 성장했기 때문에 저에게는 여전히 최고의 의미를 주는 드라마에요.”
#5년 후 주진모=눈빛이 좋아졌죠!
5년 전 작품인 <비천무>를 보며 격세지감을 느끼는 것은 당연할 터. 주진모는 “내가 저 때는 저런 눈빛이었나 봐요. 지금 같은 장면을 촬영하면 더 좋은 눈빛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은데”라며 머쓱해 했다.
주진모는 5년 전과 지금의 가장 큰 차이점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내공이 달라졌어요”라고 당당하게 말했다. “<사랑>을 찍을 때의 눈빛과 차이가 있어요. 지금 한다며 더 좋은 모습을 선보일 수 있을 것 같아 아쉬워요. 하지만 그때는 주름도 없고 풋풋한 것 같아서 보기는 더 좋은데요”라며 웃었다.
주진모는 <비천무>를 마친 후 SBS 드라마 <패션 70`s>, 영화 <미녀는 괴로워>, <사랑>을 통해 대한민국 ‘완소배우’(완전 소중한 배우)로 성장해 왔다. 주진모는 현재 <비천무>와 동시대인 고려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 <쌍화점> 촬영에 한창이다. “같은 시대지만 다른 역할이에요. <비천무>에서는 자객이라면 <쌍화점>에는 왕이거든요”라며 말했다.
#5년 후 박지윤=열정이 더 깊어졌죠!
주진모와는 달리 박지윤은 <비천무> 이후 활동이 활발하지 않았다. 중국 드라마 <대극장> 촬영을 했지만 국내에서 방영되지 않았기에 국내 팬들에게 배우와 가수 활동 모두 휴식기로 받아들여졌다. 박지윤은 “그때에 비해 개인적인 면에서 많은 것이 달라졌어요”라고 말문을 열었다. “<비천무>를 한 후 3,4년간 계속 쉬면서 공부도 하고 여행도 하며 나 자신을 찾는 과정을 보냈거든요. 마음가짐이 확실히 변했기 때문에 외모는 비슷해도 내적인 면이 달라졌죠”라고 말했다.
박지윤은 1994년 데뷔한 후 10년 동안 단 한차례의 휴식도 없이 바쁘게 달려왔다. 덕분에 <하늘색 꿈>, <성인식>을 히트시킨 가수로, <2005 인간시장>, <고스트> 등으로 인기배우로 인정 받았다. 하지만 휴식 없는 활동은 그를 지치게 했다. 박지윤은 5년 기간 동안 내공을 쌓아왔고 연기와 가수 활동에 대한 열기를 되찾을 수 있었다.
“예전에 활동 할 때는 일에 치여서 활동을 했어요. 10년 정도 일을 하니 계속 끌려 다니는 느낌이었죠. 하지만 휴식을 취하면서 스스로 많이 성장한 것 같아요. 일에 대한 욕심과 목표가 뚜렷해졌어요. 일을 하며 행복감을 느끼고 있고, 내 일에 중심이 내가 된 것 같아요.”
박지윤은 3월 정규 7집 앨범을 발표하며 6년 만에 가수 활동도 재개한다. 박지윤은 5년의 공백을 메우려는 듯 2008년 한 해 동안 <비천무>와 가수 활동으로 바쁘게 팬을 만날 예정이다.
스포츠한국 문미영기자
mymoon@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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