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유흥업소가 밀집한 플러싱의 한 골목.
거리에 어둠이 내린 지 오래지만 골목 여기저기서 고래고래 목청을 높이며 구슬픈 한국가요를 부르고 있는 사람들이 눈에 띈다. 그런가 하면 도로 건너편에서는 한인 남성 두 명이 서로 큰 소리로 욕을 하며 주먹을 날리고 있다. 옆에 서 있던 동료들이 싸움을 말리려다 서로 뒤엉키면서 흡사 집단 몸싸움을 벌이는 것처럼 보일 정도다.
바로 그때 업소 뒤 주택가에서 따끔한 한마디의 외침이 들려온다. “Shut Up and Be Quiet! 잔뜩 화가 난 유흥업소 주변의 주민들은 이처럼 거의 매일 밤마다 술에 취한 한인들의 주정과 각종 행패에 몸서리를 치고 있다. 지난해에는 영자 지역일간지마다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루기도 했다. 도로에 쏟아져 나온 한인 취객들만 소음 원인의 제공자가 아니다. 지금은 겨울철이라 한인 운영 주점의 흡연자용 야외공간이 외부에 노출되는 시간이 적은 것은 그나마 다행. 하지만 날씨가 풀리면 업소에 설치된 야외공간을 이용하는 고객들도 인근 주택가 주민들 입장에서는 달갑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플러싱의 한 고층 콘도에 거주하는 주민은 “새벽 2~3시가 되면 한인 취객들의 소음이 절정에 이른다”며 자신도 한인이지만 한인 고객들의 소음이 지나치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고. 한밤중 고성방가만 문제가 되는 것도 아니다. 유흥업소 주변 주택가 주민들은 한인 취객들로 인한 주택 건물손상과 악취, 쓰레기와도 남모를 싸움을 벌이고 있다.
유흥업소나 주점을 나와 2차, 3차를 갈지를 정하는 일에서부터 행선지를 결정하는 일까지 보통 20분이고 30분이고 거리에서 서성이는 것이 한인들의 오래된 습관이다. 다음 행선지를 놓고 의견이 분분해지면서 목소리는 더욱 커지게 되고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아무데나 구토를 쏟아내는가 하면 심지어는 노상방뇨도 서슴지 않기 때문이다.
플러싱의 또 다른 한인 유흥업소 밀집 지역의 옆 골목에는 주택가 도로에 주차했던 자동차를 몰고 나가던 한인 여성 취객이 업소 바로 뒤의 주택가로 그대로 돌진, 정원이 망가진 것은 물론이고 무릎높이로 세워진 철조망 담장까지 박살을 내기도 했다. 인근에 사무실을 둔 한 한인단체의 관계자는 “아침에 동이 트면 밤새 취객들이 버리고 간 담배꽁초를 줍는 일로 하루를 시작하는 일이 유흥업소 인근 주택가 거주민들의 일과가 됐다”고
털어놓기도 한다.
업소 뒤 주택가 도로는 업소를 이용하는 손님들이 주차장으로 사용하면서 알게 모르게 주민들의 자동차에도 적지 않은 피해를 입히고 있다. 자동차에 흠집이 생기기도 하고 여기저기 작은 상처도 나고 무엇보다 주민들이 이용하기에도 비좁은 주차 공간을 업소 고객들에게 고스란히 내어줘야 하다 보니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한인들의 추태가 심해지다 보니 지역주민들도 반기를 들고 나서 지난해에는 토니 아벨라 뉴욕시의원과 프랭크 파다반 뉴욕주 상원의원이 연달아 한인 유흥업소와 주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유흥업소로 인해 주민 삶의 질이 저하된다는 비난과 함께 유흥업소 주류면허 발급 규정 강화를 요구하는 나름대로 이유 있는 반항이었던 셈이다.
뉴욕시는 지난해 7월부터 소음규제가 한층 강화됐다. 한인업소를 이용하는 일부 고객들의 무분별한 행동은 주민들의 원성을 사 한인업소를 단속의 표적으로 만들게 하고 결국 한인사회의 경제를 죽이는 일로 연결될 수 있다. 한인업소 이용 고객들이 이웃을 배려하고 지각 있는 행동이 필요할 때이다.
<이정은 기자> juliannelee@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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