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K 특검’ 수사 결과가 마침내 발표됐다. 정호영 특별검사는 그동안의 수사 결과 BBK 주가조작 및 횡령에서 서울 도곡동 땅 소유, 서울 상암동 DMC 특혜분양에 이르기까지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을 둘러싸고 제기된 의혹이 모두 근거가 없다고 밝혔다. 또 검찰에 회유와 협박을 당했다는 김경준씨의 주장도 허위주장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BBK로 시작돼 BBK로 끝났다’- 지난 1년여를 끌어온 대선시즌 한국의 정국을 두고 한 말이다. ‘BBK 사건’으로 지고 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BBK 사건’이 이제 종지부를 찍게 된 것이다.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정치적 불안의 뇌관이 말끔히 제거됐다. 그리고 이 당선인은 자신을 둘러싼 의혹에서 벗어나 새 정부를 이끌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다.
그러나 석연치 않은 부문이 없는 것도 아니다. 대통령 당선인은 살아 있는 권력이다. 그 당선인을 대상으로 이뤄진 수사에는 한계가 따를 수밖에 없다. 때문에 수사가 완벽했다고 보기는 힘들다. 막판에 이 당선인을 식당에서 조사하고 또 함께 식사를 했다는 사실 등이 그렇다.
또한 실망스런 부문은 특별검사 팀의 워딩(wording)이다. 이번 사건을 “검은 머리 외국인에게 대한민국이 우롱당한 사건”으로 규정한 것이다. 미국에서 자란 김경준씨가 고국에서 사기를 치고 또 속이려 들었다. 그에 따른 강한 불신감과 불쾌감을 이렇게 단정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한국의 정치권이, 더 넓게 보면 대한민국 전체가 한 사기꾼에 놀아났다. BBK 사건의 본질이다. 그런 면에서 특검팀이 보인 분노감은 일면 이해가 간다.
이 표현은 원래 한국 증권가에서 주가를 조작하기 위해 외국에 구좌를 연 한국인을 지칭하는 말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 사정을 잘 모르는 사람이 듣기에는 해외동포에 대해 품고 있는 편견의 발로로 보일 수 있다. ‘김경준이라는 사람의 사기극에 놀아난 꼴’이라고 했으면 됐을 것을 ‘검은 머리의 외국인’이라고 표현함으로써 미주 한인에 대한 좋지 못한 선입견을 한국 국민에게 심어줄 수 있는 것이다.
어쨌든 이번 특검 발표로 이명박과 김경준, BBK와의 관계는 정리됐으나 한국 드라마에서 가뜩이나 별로 좋지 않은 모습으로 자주 등장하는 재미 교포의 이미지는 타격을 입게 됐다. 미주 한인 사회가 우려하는 것은 미꾸라지 한 마리가 온 개울을 흐린다고 김경준 한 사람의 잘못 때문에 미주 한인 전체가 도매금으로 넘어가지나 않을까 하는 점이다. 어느 사회나 한 두 개의 ‘나쁜 사과’는 있게 마련이다. 이 사건이 미주 한인 사회 위상 추락과 연결되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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