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인국민회 기념관이 무관심 속에 방치되어있다는 사실은 부끄럽고 안타까운 일이다. 지난 2003년 말 복원돼 한인 이민역사의 모태이자 뿌리교육의 현장으로 적극 활용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국민회관’이 찾는 발길이 없어 썰렁한 상태이다. 문화유산에 대한 한인사회의 인식수준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하다.
한인사회는 그동안 여러 차례 시간과 돈을 투자하며 우리 역사와 문화를 기리는 사업을 추진했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그 결과가 신통치 않다. 2000년대 들어 한인사회의 대표적인 사업은 대한인국민회 기념관 복원과 다울정 건립이었다. 미주한인 초기 이민기록과 해외 독립운동 지원 사료를 생생하게 간직한 역사의 보고, 국민회관 복원을 위해 한인사회는 거의 50만 달러의 기금을 투자했다. 이어 지난 2005년 완공된 다울정은 거의 70만 달러의 거금을 들여 건립된 ‘한인타운 상징’ 조형물이다. 그런데 불과 몇 년이 지난 지금 기념관은 찾는 사람이 없어 무용지물이 될 처지이고, 다울정은 올림픽대로 한 귀퉁이에서 낙서 위협에 시달리며 천덕꾸러기처럼 방치되어 있다. 부끄럽고 안타까운 일이다.
한인사회가 수년에 걸쳐 공을 들인 프로젝트가 사실상 ‘실패작’으로 내버려진 데는 이유가 있다. 첫째는 소나기식 관심이다. 처음에는 타운이 들썩거릴 정도로 뜨거운 관심을 쏟다가 어느 시점이 지나면 아무도 돌아보지 않는 일종의 냄비근성이다. 이름 나고 얼굴 날 때만 관심을 보이는 생색 형 관심도 문제이다. 국민회 기념관은 타운 외곽에 위치한 만큼 자주 홍보를 하고, 행사를 유치해서 한인들의 관심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관리 이상의 활동은 거의 전무한 것이 현실이다. 예산 부족이 원인이겠지만 뜻이 있다면 길은 있기 마련이다. 상근직원을 두지 못한다면 자원봉사자들을 활용하는 방안도 추진할 만하다.
둘째, ‘상징’에만 치중, ‘실용’을 소홀히 한 것이 문제이다. 다울정 건립 당시 한인사회는 타운에 상징물을 세운다는 사실에만 흥분, 타운 한가운데 세워진 조형물의 실용성을 꼼꼼히 따져보지 않았다. 다울정이 제 역할을 하게 하려면 지금이라도 과감하게 이전을 고려해보는 것이 현명하다.
다민족 사회에서 문화유산은 특별한 자산이다. 소수민족으로서 주류사회 및 타민족들 사이에서 우리의 민족적 정체성과 자긍심을 갖게 하는 것이 문화유산이다. 우리의 소중한 자산을 무용지물로 방치하는 것처럼 어리석은 일도 없다. 우리가 적극 활용해야 문화적 가치도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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