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에세이’가 재미있어야 하는데 오늘은 짜증날 얘기지만 꼭 한마디 해야겠다. 2002년도 월드 컵 게임 때 첫 게임에서 프랑스를 꺽은 세네갈 축구팀들이 묵은 인사동 외국인 호텔에서 3주 머물렀었다.
그때 축구가 나라를 지배하는 듯 보여 한국이 아직 작은 나라임을 느꼈다. 민심은 택시 기사들로부터 들으면 틀림없단다. 그때 많은 기사들이 붉은 응원단이 애국 단결하는 것은 좋지만 대선에 미칠 영향을 걱정하고 있었고 한 여성기사는 노무현 후보가 변호사이고 부인이 골프 싱글인 것도 몰랐는지 노 후보를 시민이라며 이제 우리도 작은 아파트 하나 살 수 있게 해 줄 것이라 했다.
그 노 후보가 당선되고 아파트 값은 천정부지로 더 뛰고 서툰 행정에다 온갖 망언을 할 때마다 나는 그 여성 기사 생각을 했다. 집 없는 서민을 더 곤궁에 빠뜨려 놓고 고향에 아방궁 같은 집을 지어 화려한 은퇴를 하는 그를 보며 그녀도 후회하고 있을 것이다.
대선 때만 되면 후보자들은 서민인 척하고 과거의 가난을 미화해서 자랑하고 있다. 가난은 삶에서 어쩔 수 없이 겪는 한시적 과정일 뿐이고 부유해 지면 잊게 마련이다. 지금 한국은 6조원을 해외 관광으로 뿌리는 세계 11번째 가는 경제 대국이다. 예전의 가난은 추억이고 정직하게 사는 것은 그 사회에서는 불가능, 불가항력이라 드라마의 한 장면으로 즐기고 있는 것 같다.
새 대통령에게 바라는 시민들의 소리는 경제뿐이었다. 예전 우리국민들은 거의가 가난했지만 인정이 있었고 가족들과 어려움을 극복하며 정직하게 살려고 노력했다. 박봉으로 청렴결백하게 사는 이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정치인들이나 상급 공무원들이 봉급만으로 생활하는 사람이 그 몇이나 될까? 예전에는 너무 대우가 열악해서 봉급으로 살 기 힘들었지만 지금은 봉급만으로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생활이 사치해 졌다.
얼마 전 서울에서 택시 기사들로부터 대한민국에서 제일 돈 많은 사람이 동교동 김부자 라는 말을 들었다. 그 분이야말로 사업을 한 적이 없고 물려받은 재산도 없었다. 국회의원과 대통령을 하고 나면 부자가 되는 나라가 과연 선진국이 될 수 있을까?
택시 안에서 얼핏 40여 년 전 내 남편이 중앙청에 근무했을 때 일이 주마등같이 스쳐갔다. 당시 정부는 가발 같은 수공업으로 수출 1억 달러 목표달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고, 국내 정책으로는 보릿고개를 면하고 중소기업 육성과 자립 경제달성을 위해 최선을 다 하고 있었다. 남편은 그런 정부시책에 부응하고자 휴일도 반납하고 있었는데 요즘 부자로 소문난 분의 부정한 청탁을 거부하다가 3개월에 걸쳐 ‘네 목숨이 몇 개냐’라며 협박당했던 일을 생각하며 쓴웃음을 지었다.
남들은 좋은 자리라 부러워했지만 더러운 그런 꼴을 안보고 살 수 있으니 이 얼마나 행복인지. 그래서 그를 민주투사라 하는 말에 거부감을 느낀다. 언제 한국 정치인들과 공직자들, 기업인들과 종교인들이 정직성에 자유로워 질 수 있을까. 국민 모두 각성해야한다. 정직하지 않는 사회에서 누가 누구를 돌로 칠 것인가.
옛 말에 권력과 재물에 굶주렸던 사람이 정권을 잡으면 그간의 주림을 채우려고 더 혈안이 된다는 말이 있다. 가난했던 정치인들이 부자가 되는 나라에서 기업인들의 재산 축적을 나무랄 수 있는가. 야당이 되면 면죄부를 받는 것인지, 10년 간 부끄러운 여당이었던 의원들이 불과 며칠 전 야당이 되었다고 새 정부의 발목을 잡는 꼴이 정말 가관이다. 좀 지켜 볼 아량도 없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 사회에 모범 되지 못한 사람들이 왜 고위공직을 탐내는가. 현재 한국은 경제보다 온 국민들의 정직성이 더 시급한 것을 알아야 한다. 각처에서 우리 산장에 오는 미국인들은 가난해도 나름대로 만족하는 생활을 하고 있었다. 한국 국민들도 부족한대로 절약하며 가진 것에 만족하는 생활을 먼저 해야 할 것이다.
이성호
시인·RV 리조트 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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