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양로원에서 미국 드라마를 보고 있는 노인. 위성 TV 덕분에 멕시코에 살면서도 미국 프로그램 시청이 가능하다.
멕시코의 한 양로시설 패티오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미국 노인들. 멕시코는 물가가 싸고 기후가 온난해서 미국 노인들의 은퇴지로 인기를 얻고 있다.
의료 수가는 치솟고 물가는 비싸서 노년의 삶이 만만치가 않다. 건강이 좋을 때는 모르지만 건강이 나빠져 의료진의 보호를 받아야 할 형편이 되면 제한된 은퇴연금으로는 턱도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경제적 부담 없이 노년을 편안하게 보낼 방도는 없을까 고심하던 노인들이 멕시코로 향하고 있다. 멕시코의 양로시설을 이용하는 것이다.
미국 양로시설 너무 비싸 멕시코로 이주
물가 싸고 기후 좋아 은퇴지로 인기
오리건의 밴돈에 살던 진 더글라스는 70세가 되면서부터 혼자 살기가 어렵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무릎이 부실해서 활동이 어려운 데다 오리건 겨울의 추위를 견뎌내기가 점점 힘들어졌다.
그래서 인근 양로 시설들을 알아 봤는데 그 비용이 장난이 아니었다. 비싼 비용도 비용이지만 직원들의 태도가 너무 사무적이어서 들어가 살고 싶은 기분이 들지를 않았다. 그래서 인터넷으로 다른 양로시설들을 알아보다가 선택한 결정이 ‘남쪽나라’로 내려가는 것이었다. 아직은 작지만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노년층의 멕시코 이주 물결에 동참을 한 것이다.
햇살은 눈부시고 생활비는 저렴한 남쪽나라, 멕시코. 베이비 붐 세대가 은퇴 연령으로 접어들고 의료 수가는 치솟으면서 국경 너머 멕시코의 양로시설을 찾는 미국 노년층 인구가 점점 늘고 있다. 멕시코는 지리적으로 가까워서 이주가 어렵지 않은 데다 인건비 싸고 기후는 온난해서 미국의 노년층에게는 상당히 매력적이다.
현재 74세인 더글라스의 양로원 비용은 월 1,300달러. 오리건 양로시설 비용의 ¼에 불과하다. 그 돈으로 스튜디오 아파트에 살면서 하루 3끼 식사를 제공받고, 빨래와 청소 서비스를 받고, 세심한 직원들의 24시간 보살핌을 받는다. 직원들은 대부분 영어를 할줄 알아서 의사소통의 불편도 없다.
매일 신선한 산속의 호숫가에서 아침을 맞으며 그는 “낙원이 따로 없다”며 행복하게 살고 있다. 이 비용에 이런 안락한 삶을 미국에서는 꿈도 꿀 수 없다는 것이다.
노년층의 멕시코 이주 현상을 연구해온 텍사스 대학의 데이빗 워너 교수에 의하면 현재 멕시코로 내려간 미국의 은퇴자들은 4만명에서 8만명 정도로 추산된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멕시코 양로원에서 사는 지 믿을만한 통계는 없지만 레이크 차팔라 지역의 경우 미국인 대상 양로시설이 최소한 5개가 있다.
2년 전부터 이 곳 양로시설에 살고 있는 해리 키스레비츠(78)는 미국에서는 비용을 감당할 수가 없어서 이주를 했다. 뉴욕에서 살다가 뇌졸중으로 쓰러졌던 그는 이곳 직원들의 도움으로 건강을 회복, 말도 하고 걸을 수도 있게 되었다.
“여기서는 새도 보고, 맛있는 공기 냄새도 맡는다. 이런 게 사는 거다 싶다”며 그는 만족해 한다.
이곳 양로시설에는 미국에서뿐 아니라 유럽에서도 많이 와서 살고 있다. 아울러 아직 양로원에 들어가지는 않았지만 자기 집에 살면서 간호사들의 방문을 받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 미국과 유럽의 경제가 제대로 돌아가는 한 생의 말년을 멕시코에 와서 보내려는 사람들은 점점 늘어날 것으로 그 지역 양로시설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양로시설 뿐 아니라 일반 은퇴 가옥도 미국인들에게 매력적이기는 마찬가지이다. 멕시코에서 은퇴촌은 새로운 개념이다. 노부모들이 자녀들과 함께 사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주로 미국인들이 입주하는 은퇴 가옥이 항상 만족스러운 것은 아니다. 페인트는 벗겨지고 소파는 헐어서 선뜻 들어갈 마음이 생기기 않는 집들도 있고, 워낙 영세하다 보니 주인이 파산해서 갑자기 짐을 싸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턱도 없을 돈으로 안락한 은퇴생활을 즐긴다며 만족해하는 미국인들도 많이 있다. 라스베가스에서 헤드 웨이터로 일하다 은퇴한 리처드 슬레이트(65)는 4년전 레이크 차팔라로 내려와 은퇴촌의 한 집에서 살고 있다. 거실, 침실, 부엌, 욕실이 있는 오두막으로 패티오는 3명의 다른 미국인 입주자들과 함께 쓰게 되어있는 구조이다.
간호사가 24시간 돌봐주고 3끼 식사가 나오는데 한달 비용이 550달러이다. 거기에 일년에 140달러만 내면 멕시코 정부 의료보험에 들수가 있다. 멕시코에서는 외국인들에게도 보험 가입을 허용, 의료비 부담이 거의 없다.
멕시코의 양로시설, 은퇴촌이 미국인들에게 인기를 끌자 멕시코 기업은 물론 미국기업들도 눈독을 들이기 시작했다. 멕시코에 대규모 은퇴시설을 건립, 미국의 은퇴자들을 유치하겠다는 계획이다.
의료시설·관리 상태 꼼꼼히 살펴야 생활 안락해도 고독한 게 흠
멕시코에서 생의 마지막을 보내는 것이 항상 좋은 선택은 아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후회할 만한 선택이 될 수도 있다.
종종 문제가 되는 것은 열악한 위생관리. 양로시설에 대한 멕시코 보건 당국의 감독이 느슨하다보니 관리나 시설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 미국에서는 보건당국이 각 양로시설을 매년 여러 차례 방문하며 조사를 하지만 멕시코에서는 일년에 한번 조사를 할까 말까이다. 그래서 시설은 엉망이고 직원들도 믿을 수 없는 경우들이 없지 않다.
게다가 너무 영세해서 갑자기 파산을 하고 나면 입주자들은 난감한 상황에 처할 수가 있다.
아울러 관계당국의 감독이 허술하니 멕시코의 의료기술을 100% 믿을 수 없는 어려움도 있다. 값싼 약을 구하려고 멕시코 국경을 넘는 사람들이 많지만 거기서 산 약을 믿을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한편 메디케어, 메디칼, 대부분 의료보험은 미국 국경을 넘는 순간 혜택을 받을 수 없다는 사실도 참고해야 한다.
아울러 노인들이 겪는 어려움은 입에 맞지 않는 음식과 향수병. 한갓진 환경에서 안락한 은퇴생활을 즐길 수는 있지만 너무 고독하다는 것이 많은 은퇴자들이 아쉬워하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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