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속았다 직격탄..한 과반전선 `비상’>
與 대선 3개월만에 균열…총선후 극심한 내홍 예고
(서울=연합뉴스) 황재훈 기자 =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23일 긴급 기자회견을 자청, 당 공천 결과에 대해 저도 속고, 국민도 속았다고 강하게 비난하며 강재섭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 책임론을 공식 제기하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23일 오후 기자회견을 마친 후 국회를 나서고 있다. 박 전 대표는 공천과 관련 나는 속았다. 무원칙 공천에 대해 당 대표와 지도부가 책임져야 한다며 지원유세는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xyz@yna.co.kr
박 전 대표의 회견은 지난 2개월 이상 계속된 4.9총선 공천 과정과 결과에 대한 총체적 평가였다.
총선을 불과 보름 앞두고 한나라당 공천을 정치개혁의 후퇴이자 약속과 신뢰 위반이라고 박 전 대표가 신랄히 비판하고 나섬에 따라 당장 한나라당의 총선 과반의석 확보 전선에 비상이 걸렸다.
이미 한나라당 공천 결과에 대해 국민의 반응은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은 상태다. 이상득 국회부의장 공천 문제를 두고서는 친이측 내부에서 조차 비판이 나오고 있고, 지난 대선과 경선 과정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지지했던 김영삼 전 대통령조차 한나라당의 교만에 대해 국민이 고쳐줘야 한다고 맹비난하는 상황이다.
특히 그동안 선거 때마다 적지 않은 `바람몰이’를 해 왔던 박 전 대표가 당의 총선 지원유세에 나설 계획이 없음을 분명히 함에 따라 수도권과 충청권 접전지를 중심으로 적지 않은 영향이 예상된다.
더욱 근본적인 문제는 대선 승리 3개월만에 여권이 사실상 내부 분열의 길에 접어들고 있다는데 있다.
권력이 모든 것을 할 수 있고, 정당화 할 수는 없다. 권력이 정의를 이길 수 없다는 박 전 대표의 강도 높은 비판은 이명박 대통령과의 `국정의 동반자’ 관계에 대한 결별 선언이나 다름 없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박 전 대표는 자신의 속았다는 언급이 이 대통령과 약속한 것과 관련된 것이냐는 질문에 제 심정은 여러분께서 더 잘 아시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가 회견에서 여기서 포기하지 않겠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겠다면서 한나라당을 다시 꼭 바로 잡겠다고 선언한 것은, 총선 후 비주류로서 철저한 투쟁의 길을 걷겠다는 것을 시사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7월 전당대회에 당권 재도전 가능성을 내비친 것 아니냐는 섣부른 관측도 내놓고 있다.
4.9총선 결과에 따라 한나라당은 심각한 공천 책임론 소용돌이 속에 휩싸일 수 있고, 이 과정에서 제 세력간의 이합집산이 이뤄지면서 예측불허의 극심한 내홍 속에 빠져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총선 결과 한나라당이 과반 의석에 턱걸이하거나 이에 미치지 못할 경우 당내 친박측 인사들을 중심으로 박 전 대표의 행보는 여권의 국정운영 전반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박 전 대표가 이날 낙천한 친박(親朴.친 박근혜) 인사들의 출마와 관련, 참 억울하게 억울한 일을 당한 분들이라면서 어떤 선택을 하던 간에 잘 되기를 바란다. 건투를 빈다고 지지 입장을 분명히 함에 따라 이규택, 서청원 공동대표가 이끄는 `친박연대’ 및 친박측 좌장인 김무성 의원이 주도하는 영남권 무소속 연대의 행보도 탄력을 받게 됐다.
이미 출마를 선언한 친박 낙천 의원들만 11명에 이른다.
그 중 한나라당 텃밭인 영남권에서의 여론 변화가 우선 주목된다. 영남지역 의원들 사이에는 대구.경북을 중심으로 여론이 뒤숭숭하다는 얘기가 이미 적지 않은 상황이다. 박 전 대표가 24일 자신의 선거 운동을 명목으로 대구에 내려가 장기간 지역구에 머물면서 영남 민심은 박 전 대표에 대한 지지와 동정론이 겹치면서 한나라당이 예상하는 수준 이상의 변화를 보일 수 있다.
이 경우 소위 현재 열세를 보이고 있는 친박연대나 무소속 의원들도 바람을 탈 수 있다. 특히 박 전 대표가 회견에서 강재섭 대표의 책임론을 분명히 함에 따라 이번 총선 관심지역으로 급부상한 대구 서구에서의 강재섭-홍사덕 맞대결 결과도 주목된다.
친박 출마자들 사이에서 이미 박 전 대표의 회견은 공천을 받은 친박이든, 무소속 친박이든 모두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이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j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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