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용의자 검거… 경찰 범행동기 다각도 수사
(구미=연합뉴스) 손대성 기자
26일 경북 구미시 상모동 고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에서 생가보존회장 김재학(81) 씨가 20대 에어컨 설치 보조기사가 휘두른 흉기에 맞아 숨졌다.
박 전 대통령의 딸인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이 곳을 방문한 이튿날에 발생한 사건이어서 충격을 주고 있다.
경찰은 일단 이상 행동에 의한 범행으로 추정하고 있으나 총선을 앞둔 시기에 발생한 사건이어서 정치적 의도가 있었는지 등에 대해서도 가능성을 열어 놓고 다각도로 수사 중이다.
◇발생
구미경찰서에 따르면 에어컨 설치 보조기사인 용의자 강모(26) 씨는 이날 오후 늦게 박 전 대통령 생가에 들어갔다.
보통 오후 5시30분께 생가 문을 닫지만 이후에도 방문객의 출입이 자유로웠기 때문에 강 씨가 들어가는 데 문제는 없었다.
생가 주차장에 자신의 승용차를 세운 강 씨는 오후 6시15분께 박 전 대통령 생가에 들어가 공부방 앞에서 생가보존회장 김 씨를 폭행했다.
경찰은 강 씨가 쓰레기를 줍고 있다가 김 회장이 말려 폭행으로 실신시킨 상태에서 관리실에 있던 흉기를 들고 와 머리와 가슴 등을 수회 찔러 숨지게 했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범행 당시 상의만 벗고 있었던 강 씨는 김 회장의 옷을 모두 벗겨 손과 발을 묶었고, 범행 이후 자신의 하의 트레이닝복도 모두 벗었다.
강 씨는 범행 후에도 현장에 머물다가 오후 6시22분에 현장을 방문한 관람객 김모(50) 씨가 경찰에 신고해 2분쯤 뒤 경찰이 도착하자 달아났다.
신고자 김 씨는 아내와 함께 생가를 구경하러 갔다가 시신을 발견해 신고했다고 경찰 조사에서 말했다.
경찰은 도망가는 강 씨를 뒤쫓아 오후 6시30분께 사건 발생 장소에서 500m 가량 떨어진 D축산 옆 공터에서 용의자를 붙잡았다.
경찰은 현장을 조사한 결과 용의자가 김 씨의 옷을 모두 벗겨 끈으로 손과 발을묶고 옷가지로 입을 틀어막은 상태에서 흉기로 머리 등을 내리쳐 살해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경찰은 용의자의 가족과 직장 동료 등을 소환해 조사하는 한편 생가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를 분석하는등 범행동기와 범행수법 등을 조사하고 있다.
◇범행 동기
강 씨가 왜 김 씨를 살해했는지는 강 씨가 자백하지 않아 현재로서는 정확히 알수 없다.
경찰은 일단 CCTV를 분석한 결과 강 씨의 단독범행이며, 범행도구도 미리 준비한 것이 아니라 현장 근처에 있던 흉기를 사용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은 강 씨가 쓰레기를 줍는 데 나가라고 해서 화가 나 살해했다고 진술하는 등 횡설수설하고 있어 이상 행동으로 추정되며 병력이나 전과기록이 없고 음주 여부는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또 강 씨가 일하는 회사의 동료와 가족들도 강 씨가 평소 병력이 없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총선을 앞둔 민감한 시기에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25일 생가를 방문한 지 이튿만에 발생한 사건이어서 정가에서는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 관계자는 정치적 이해가 걸린 사항이라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수사 과정이 어떻게 진행되는 지 지켜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경찰은 단순 정신이상자에 의한 범행인지, 아니면 정치적 의도가 담겨 있는지 등에 대해 다각도로 수사를 벌이고 있다.
한편 김 씨의 피살 소식을 접한 박 전 대통령의 딸인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측근 20여명은 구미 생가를 찾았으며, 박 전 대표는 27일 오전 영안실이 마련된 순천향구미병원에 조문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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