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뉴스) 김계환 특파원 = 현재 나타나고 있는 시장의 혼란은 대공황 이후와 인플레가 극성을 부린 지난 1970년대 증시에서 나타났던 ‘잃어버린 10년’과 같은 상황 속에 있음을 보여주는 것일 수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26일 전했다.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지수는 전날 1,352.99에 마감, 지난 1999년 4월에 기록했던 1,360.80을 밑돌면서 주가가 9년 전 수준으로 되돌아갔음을 보여줬다.
또한 모닝스타의 분석에 따르면 S&P 500 지수는 배당과 인플레를 감안할 때 지난 10년 간 연 평균 1.3% 상승에 그치면서 역사적인 평균에도 못 미치는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지난 9년 간만을 보면 연 평균 0.37% 하락했으며 지난 8년간으로 기간을 좁히면 하락폭은 연 1.4%로 늘어나면서 채권투자의 수익률에도 못 미친다.
일부 이코노미스트와 시장 분석가들은 현재의 불안정한 시장상황을 감안할 때 실망스런 수익률의 시대가 끝나지 않았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지난해 가을까지만 해도 많은 투자자들은 기술주 버블 붕괴의 여파가 강하게 나타났지만 단기적인 역풍에 지나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지만 서브프라임모기지 부실 여파로 인한 신용경색과 경기침체 우려가 이런 기대를 앗아가 버렸다.
지난 10일 S&P 500 지수는 지난해 10월9일 기록한 고점에 비해 8.6% 빠지면서 고점 대비 20% 이상 하락한 상태인 약세장에 근접했다. 이후 연방 금융당국의 적극적인 대책이 나오면서 낙폭을 줄이기는 했지만 아직도 고점 대비 13.3% 하락한 상태이다.
증시에서는 전통적으로 투자자들이 광범위한 주식을 매입해 보유하면 다른 곳에 투자하는 것보다 더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는 것으로 보고 있지만 최근 상황은 증시의 믿음과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 9년 간 S&P 500지수의 수익률은 상품이나 부동산투자신탁, 금 등 모닝스타가 자료를 수집하고 있는 9가지의 투자대상에 비해 떨어졌으며 역사적으로 증시에 비해 수익률이 낮았던 채권 수익률에도 못 미쳤다.
이런 현상은 증시가 잃어버린 10년을 경험했던 1930년대와 1970년대의 모습과 닮았다.
그러나 증시 분석가들은 현재 증시가 안고 있는 더 큰 문제는 증시의 펀더멘털에 있다면서 기업의 실적호조와 낮은 인플레를 바탕으로 증시가 지난 2002년 이후 상승세를 보였지만 더 이상 이같은 상황이 유지되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예일대학의 로버트 실러 교수는 시장이 아직도 과잉을 걷어내지 못했다면서 최근의 시장 불안은 앞으로 문제가 더 발생할 것임을 보여주는 징후라고 주장했다.
실러 교수는 현재 겪고 있는 주택위기가 침체보다 더 오랜 기간 경제를 짓누를 것이라면서 증시의 혼란이 많은 사람들이 기대하는 것처럼 빨리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뉴욕대학 스턴비즈니스스쿨의 리처드 실라 교수도 지난 1982년부터 1999년 사이처럼 이례적으로 높은 수익률이 나타나면 통산 다음 10년의 수익률은 좋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최근 10년의 모습은 인플레가 극성을 부렸던 1970년대나 실업률로 고통받았던 1930년대와 다른 양상이라는 점에서 과거와 같은 잃어버린 10년이 재현되지 않을 것이란 희망적인 분석도 나오고 있다.
연방 준비은행이 과거보다 위기상황에 잘 대처할 것이란 믿음도 낙관론의 한 근거가 되고 있다.
19세기 이후 증시상황을 연구해온 펜실베이니아대학 와튼스쿨의 제레미 시겔 교수는 2000년에서 2002년까지가 지난 10년 간 최악의 시기였다면서 비록 S&P 500 지수가 이후 일관성있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지만 어려운 시기는 거의 지나갔다는 견해를 밝히고 있다.
k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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