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리 울프와 어머니 페니.
봄꽃이 만발한 파예트빌 하이스쿨의 전경.
미국학교의 불링(Bullying)은 한국의 ‘왕따’, 일본의 ‘이지메’ 못지않은 골칫거리 중 하나로 ‘힘있는 아이들이 약한 아이를 괴롭히거나, 다치게 하거나 모욕하는 행위’를 뜻한다. 현재 미전국에서 피해자나 가해자로 불링과 관계된 학생은 전체의 약 30%, 570만명으로 추산된다. 학교당국들은 금지규정으로 만들고 가해자를 처벌하고 있지만 불링은 좀체 사라지지 않고 있다. 뉴욕타임스가 4년동안 불링의 피해자로 괴로운 매일을 보내온 한 소년의 일상을 보도했다.
해답없는 불링(Bullying)의 현장
아칸소주 파예트빌, 가로수에 봄기운이 파릇한 주택가 한 코너에서 호리호리한 한 소년이 누이동생과 함께 스쿨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빌리 울프, 힘든 학교생활을 보여주듯 표정이 어둡다.
두 명의 다른 소년이 다가온다. 한명이 빌리에게 주먹을 날리고 다른 한명은 그 장면을 셀폰 카메라로 연상 찍어댄다. 비틀거리는 빌리가 책가방을 내려놓고 마른 팔을 휘두르며 덤비려 애쓰는 장면, 그의 여동생이 비명을 지르는 장면 등이 고스란히 담긴 동영상은 그날 두명의 가해 소년들에 의해 의기양양하게 학교친구들에게 유포되었다.
불링은 어디에서나 행해진다. 인구 6만명, 좋은 학군으로 평가받는 파예트빌도 예외는 아니다. 10년전 동성애자 학생이 무자비하게 구타당한 사례가 인권당국에 신고된 후 교육구가 ‘관용과 존중’에 관한 규정을 채택했지만 빌리 울프에겐 아무런 도움이 못되고 있는 것이다.
왜 빌리가 12세 때부터 표적이 되어왔는지는 아직도 명확치 않다. ‘학교 운동장의 인류학’은 미묘하니까. 키가 너무 컸기 때문일까, 학습장애로 독해력이 낮았기 때문일까. 아니면 아이들이 그저 지루했거나, 화가 났기 때문일 수도 있다.
빌리의 아버지 커트는 데이터 분석가이고 어머니 페니는 사무용품회사 대표로 안정된 가정이다. 이사를 거부한 부모들이 지난 4년간 정리한 서류철에는 불링에 대한 학교 기록과 경찰 리포트, 빌리의 멍든 눈 등 온갖 상처를 보여주는 사진들이 보관되어 있다.
몇 년 전 중학생일 때 한 남학생이 빌리에게 섹스 토이를 사겠느냐고 묻는 전화를 하면서 빌리의 비극은 시작되었다. 거절한 빌리는 엄마에게 그 사실을 말했고 어머니 페니는 전화를 건 아이의 어머니에게 알렸다. 다음날 그 아이가 빌리에게 보여준 것은 빌리를 때려주기 원하는 남자아이들 20명의 명단이었다.
빌리의 부모는 불안을 느끼고 학교당국에 알렸지만 일은 터졌다. 빌리가 학교 화장실에서 전화를 건 아이에게 두들겨 맞은 것이다. 얼마 안 있어 빌리는 스쿨버스에서 다른 아이에게 또 얻어 맞았다. 싸움으로 오해한 학교 당국은 버스내 시큐리티 카메라가 자신의 무죄를 증명해 줄 것이라는 빌리의 호소에도 불구, 빌리에게 정학처분을 내렸다. 그러나 며칠 후 교장은 빌리의 어머니를 학교로 불러 버스 카메라가 찍은 비디오를 보여주었다. 빌리는 완전히 희생자였다.
사태는 계속 악화되었다. 악동들은 빌리에게 억울한 누명을 씌워 또 다른 아이들에게 얻어맞게 하는가 하면 ‘빌리 울프를 증오하는 모든 사람들’이라는 페이스북 페이지를 만들어 빌리에 대한 온갖 험담과 모욕을 가하는 사이버 불링도 자행했다. 입안이 찢어지고 사방에 멍이 드는 빌리의 상처는 채 아물 사이가 없이 연이어졌다.
빌리는 파예트빌 고교 2학년, 라켓볼과 소녀들을 좋아하는 16세 소년이다. 불링 탓인지 학습장애 때문인지, 혹은 흥미가 없어서인지 성적은 나쁘다. 그를 상냥한 아이라고 말하는 교사도 있지만 산만하고 무례하다는 교사도 있다.
왜 빌리만 매번 얻어맞는지, 왜 학교당국은 가해자를 처벌하지도, 경찰에 신고하지도 않는지 어머니 페니에겐 풀리지 않는 의문이다. 교육구 대변인은 사생활보호법에 의해 가해 학생의 처벌여부는 밝힐 수 없으며 경찰 신고여부는 교사들의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답한다.
결국 울프가족은 최근 가해 학생 2명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파예트빌 교육구를 상대로 한 소송도 고려중이다. 보상금을 바라는 소송이 아니다. 한가지, ‘학생들은 누구나 안전하게 학교에 다닐 권리가 있다’는 것을 보장받고 싶어서다. <뉴욕타임스- 본사특약>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