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집단 표현에 격앙도
장학만 기자 local@hk.co.kr
“유구무언이다. (회장님도) 답답한 심정에 하고 싶은 말이 많을 것이다. 그룹 총수가 자식과 부인에 이어 피의자 신분으로 특검에 소환돼 뉴스거리가 되는데 심정이 어떻겠는가.”
이건희 회장이 삼성 특검에 공개 소환된 4일 삼성은 그룹 전체가 참담하고 비통한 분위기에 휩싸였다. 특히 ‘삼성이 범죄집단’으로 표현되는 대목에선 격앙된 감정을 억누르지 못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이 회장은 지난해말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자 신분으로 재계 총수들과 만난‘경제인 간담회’와 올해 2월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한 이후 대외행보를 자제해왔다. 그런 이 회장이 이날 특검에 출석해 기자들의 공세적이고, 일부 모멸(?)적인 질문을 받는 장면이 TV를 통해 생중계 되자 삼성전략기획실과 계열사 직원들은 흥분을 억누르지 못했다. 일부는 기자의 질문에 당당하게 부인하는 이 회장의 모습에 안도의 한 숨을 내쉬는 등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삼성은 현재 진행중인 특검 조사 분위기에 맞춰 신중하고 겸허한 자세를 보이기 위해 이날 공식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다. 삼성의 한 고위 관계자는 “막상 (이 회장의 소환이) 닥치고 보니 참담하고 혼란스럽다”는 한 마디로 삼성의 분위기를 전했다. 삼성 전략기획실 임직원들은 TV를 통해 전해지는 이 회장의 뉴스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이 회장이 조사를 마치고 돌아가는 밤 늦은 시간까지 전원 대기하는 모습이었다.
이 회장의 소환으로 계열사들은 경영실적 발표 일정도 늦췄다. 삼성전자는 이날로 예정된 올해 1ㆍ4분기 실적 발표 일자를 특검이 끝나는 25일로 미뤘다. 삼성전자 관계자는“삼성이 글로벌기업으로 성장한 데는 이 회장의 강력한 리더십과 선견지명 영향이 커 해외 신인도 하락과 비즈니스 차질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이런 상황을 고려해 실적 발표를 특검 이후로 늦췄다”고 설명했다.
삼성특검 조사 연장에 반대 의견을 펴온 전국경제인연합회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단체와 범 재계도 이 회장의 소환이 향후 경제계에 미칠 파장에 깊은 우려감을 나타냈다.
전경련의 한 고위 관계자는 “선진국은 엄격한 무죄추정주의 원칙에 따라 확실한 범죄 혐의가 없으면 기업인들을 소환하는 일이 거의 없다”면서 “외국인들이 이 회장의 소환을 지켜보면서 삼성과 이 회장이 큰 죄를 저지른 것으로 인식한다면 이는 국가적으로 엄청난 손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재계의 최대 현안은 삼성 특검의 조기 매듭”이라며 “시시비비를 가리는 것도 중요 하지만 산업계에 더 급한 문제는 삼성이 얼마나 빨리 정상적으로 경영활동에 복귀하느냐에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당장 대외신뢰도 하락과 임직원의 사기저하, 경영차질도 문제지만 삼성이 궁극적으로 이번 사태를 어떻게 극복하느냐는 점”이라며 “특검이 끝나야 하겠지만 삼성이 과연 어떤 식의 수습안을 내놓을 지가 재계의 최대 관심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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