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송수경 기자 = 4.9 총선에서 낙선, 정치인생의 위기를 맞게 된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이 당분간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 미국행(行)을 택할 것으로 알려졌다.
열린우리당 의장 시절이던 지난 2006년 5.31 지방선거 참패 직후 독일로 떠났던 정 전 장관이 두 번째 `여장’을 꾸리게 되는 셈. 2년 전 독일에 체류했던 기간은 2개월 보름 정도였지만 이번 미국 체류는 훨씬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
대선 참패 후 고심 끝에 서울 동작을 출마를 통해 부활을 꿈꿨지만 한나라당 정몽준 의원에 패하면서 정치생명 자체가 위기를 맞은데다 한때 당내 최대 계파였던 `정동영계’가 공천과정에서 궤멸 수준으로 위축되면서 운신의 폭도 극히 좁아졌기 때문이다.
정국의 큰 물줄기가 바뀌고 현실 정치에서 분명한 역할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다시 열릴 때까지 상당한 시간을 와신상담해야 하는 환경이다.
정 전 장관의 한 측근인사는 16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비록 이기지는 못했지만 총선에서 사심없이 최선을 다한 만큼 대선 직후보다는 마음이 많이 홀가분해진 상태라며 당분간 현실정치와는 거리를 둘 것이고 미국행을 염두에 두고 있다. 체류기간은 생각보다 더 길어질 수도 있지만 정계은퇴는 아니다고 밝혔다.
주변에선 하버드 케네디스쿨, 워싱턴 존스홉킨스대, 장남이 유학 중인 스탠퍼드대 등에서 전공분야라 할 수 있는 통일.외교.안보 분야나 국제정치, 리더십 등을 연구하는 방안을 권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 전 장관은 2∼3개월 후쯤 출국해 1년 이상 미국에 머물면서 권토중래의 기회를 다질 것으로 알려졌지만, 출국 시기 선택도 완전히 자유롭지는 못하다. 대선기간 `BBK 발언’에 대한 한나라당의 고발로 검찰이 소환장을 발부한 상태여서 일단락을 지어야 하기 때문이다.
총선후 낙선인사를 하며 마음을 추슬러 온 정 전 장관은 출국에 앞서 학계, 종교계 등 사회 각계 인사들을 두루 만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최근 지인들을 만난 자리에서 그간 너무 정치에 얽매여 살아왔다. 훌훌 털고 쉬고 싶다며 당분간 여의도 사람들을 만나게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심경을 털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또 한동안 일선정치에서 손을 떼고 새로운 삶을 잘 살고 싶다. 좀 떠나 있고 싶다라는 말도 했다고 한다.
정 전 장관의 복귀 시기와 관련, 민주당 안팎에서는 이명박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이 될 2010년 지방선거 전후가 `롤백’의 모멘텀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또 재.보선을 통해 활로를 찾을 수 있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있다.
당 핵심인사는 정 전 장관의 컴백 시기 및 향후 당내 역할 등은 본인의 선택 못지 않게 당내 상황과 국내 정치상황 등과 밀접하게 맞물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hanks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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