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연합뉴스) 김진형 특파원 = 17세 이라크 여대생 란드 압델-콰데르는 이라크 주둔 영국군 폴을 만난 순간 사랑에 빠졌다. 하지만 그 대가로 란드는 아버지에게 짓밟히고, 목 졸리고, 난자당해 목숨을 잃어야 했다.
바스라 대학 영문학도인 란드는 영국인, 기독교인, 침공군, 적으로 불리는 영국군 폴을 사랑했다는 이유만으로 ‘명예살인’이라는 이름 아래 아버지에게 무참히 살해당했다고 영국 일요신문 옵서버가 27일 보도했다.
란드는 바스라의 난민 가족에게 구호품을 배급해주는 자원봉사활동을 하다가 22세 영국군 폴을 만났다. 영어가 유창한 란드는 폴과 가까워졌고, 란드와 폴이 친하게 대화하는 장면이 다른 사람들에게 목격됐다.
란드가 폴을 만난 지 5개월 만인 지난달 아버지 압델-콰데르 알리가 경찰과 친한 친구로부터 딸에 대한 소문을 듣게 됐다. 분노에 가득 차 몸을 덜덜 떨고, 눈이 충혈돼 집에 돌아온 아버지는 다짜고짜 딸의 머리채를 잡고, 딸을 패기 시작했고, 두 남자 형제들은 란드를 도와주기는 커녕 아버지의 분노를 부추겼다. 란드는 지난 1월 마지막으로 폴을 봤고, 두 사람의 관계는 우정 이상으로 진전되지 않았지만 아무런 변명이 되지 않았다.
아버지는 명예를 찾아야 한다고 외치며 딸의 목을 발로 짓밟아 질식시킨 뒤 칼로 몸을 여기저기 마구 찔러댔다. 란드의 시신은 장례식 없이 거리에 버려졌고, 삼촌들은 가문에 수치를 줬다며 란드의 시신에 침을 뱉었다.
아버지 알리는 곧 경찰에 체포됐지만, ‘명예살인’이라는 이유로 두 시간 만에 석방됐다. 이슬람 국가인 이라크에서 명예살인은 사회적으로 용납되기 때문이다.
이라크 경찰 알리 자바는 명예살인 사건에는 우리도 많이 개입할 수 없다며 무슬림 사회에서 여성들은 종교법에 따라 살아야 한다고 말했다.
딸의 살해 사건 뒤 어머니 레일라는 딸을 죽인 남편과 한 지붕 아래 살 수 없다며 남편의 폭력과 협박을 피해 집을 나왔다. 레일라는 현재 명예살인에 반대해서 활동하는 여성단체를 도와주며 지내고 있다.
바스라보안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바스라에서 여성 133명이 살해됐고, 이 가운데 47명은 명예살인이라는 이름으로 목숨을 잃었다. 명예살인 47건 가운데 법원에서 살인죄로 기소된 사례는 겨우 3건에 불과하다.
kj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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