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쪽은 생전의 미구엘 가르시아. 왼쪽은 크레이그박사로 유골에 진흙을 입혀 복원시킨 얼굴.
에밀리 크레이그박사.
살해된 후 시체는 침대 시트와 미키 마우스 담요에 둘둘 말렸다. 그리고 밴에 실린 채 켄터키주 헨리 카운티 시골길을 달려 작은 개천 바닥에 던져졌다. 어느 7월 새벽이었다. 그해 1998년의 여름은 무덥게 지나갔다. 가을비에 불어 오른 개천 물에 실려 유골은 조금 아래로 떠내려갔다. 이어진 겨울은 유골을 잿빛 나뭇가지들과 함께 얼음으로 덮었다. 그리고 어느 2월 아침, 두 명의 사냥꾼이 멈추어 섰다 : 마침내 사람의 눈에 뜨인 것이다. 곧 켄터키주에서 존경받는 법정 인류학자 에밀리 크레이그 박사가 달려왔다. 카운티 검시관 지미 폴라드와 두 명의 주 수사관도 함께 출동했다. 그들은 크레이그 박사로부터 사건현장을 부활절 달걀찾기 놀이터로 대해선 안된다는 가르침을 받아온 팀이다. 고무장갑을 끼고 장화를 신은 후 개천으로 내려간 크레이그박사는 부서진 한 인간의 조각들을 주워 모았다. 머리에 총상을 맞았다는 증거가 한 눈에 들어왔다.
‘신원미상 남성, 케이스 FA-99-09’-1998년 피살된 미구엘 가르시아의 유골이 켄터키주 프랭크포트 검시소 증거물 보관실 선반위 플래스틱 통(오른쪽)에 담겨있다. 가르시아의 유골은 신원미상인 채로 이곳에서 9년여 세월을 보냈다.
총격 살해 시체로 발견된 익명의 남자 ‘케이스 FA-99-09’
9년의 긴 세월 돌아 애타게 기다리던 노모에게 2주전 인계
수사팀은 유골과 함께 갈색의 샌들, 금팔찌, 달라스 카우보이 셔츠등 증거물을 수거했다. 이제 남은 의문들을 풀어야 할 차례다 :
당신은 누구였습니까?
누가 당신을 죽였습니까?
프랭크포트의 검시실로 돌아 온 크레이그박사는 공식등록부에 이 케이스를 기록했다. ‘익명의 남자’(John Doe)라고 그녀는 써놓았다. 이어 유골을 인체구조에 맞게 정리해 놓은 다음 이렇게 적었다. ‘남성; 히스패닉으로 추정; 30세가량; 약6피트의 신장; 금니를 포함 치과 치료를 많이 받았음; 약 6개월전 사망’
주 경찰이 사망자의 생전 추정 모습을 그려 공고하자 10여건의 문의가 들어왔다. 혹 실종되었던 자신의 아버지나, 남편, 아들이 아닐까하는 희망들이었지만 다 맞지 않았다. 크레이그박사는 유골에 진흙을 입혀 얼굴을 복원해 다시 공고했다. 그러나 역시 성과가 없었다. 그녀와 수사팀은 안타까웠지만 다음 케이스로 옮겨갔다.
그들은, 1,250마일 밖 남부 텍사스 마을 프리어에서 한 애타는 어머니가 34세 아들의 실종신고를 한 사실을 알지 못했다.
유골은 ‘헨리 카운티, 익명’이라는 표지가 붙여진 플래스틱 통에 담겨 증거물 보관실로 옮겨졌다. 책들과 크리스마스 장식물들, 30년된 익명의 유골등이 보관되어있던 방으로 선반엔 ‘강에서 발견된 다리’라고 쓰인 통, ‘셀비 카운티 아기들’ 이라는 표지가 붙은 봉투들이 놓여있다.
몇번의 계절들이 지나갔다. 2000년 10월, 수사관 짐 그리핀은 경범죄로 체포된 남자로 부터 자신이 99년 7월 한 남자를 살해한 2명의 친지들의 부탁으로 그 시체를 개천에 버리는 일을 도왔다는 자백을 받았다.
사건의 전모는 그렇게 밝혀졌다. 2명의 남자와 한 명의 여자가 루이빌의 술집에서 알게 된 한 히스패닉계 남자를 농가로 유인했다. 그가 소지했다는 다량의 코케인을 훔치기 위해서였다. 호세인지, 후안인지, 미구엘인지, 마이크인지, 범인들이 이름도 확실히 몰랐던 그 남자의 마지막 말은 제발, 제발, 제발 쏘지 마세요, 였다.
2002년 12월, 3명의 범인은 유죄평결을 받고 장기 징역형을 받았다. 그러나 범인들을 포함한 켄터키에 있는 어느 누구도 희생자의 신원은 알지 못했다. 후안 도우(Juan Doe)로 불린 그의 공식 명칭은 ‘신원미상의 남성, 케이스 FA-99-09’였다.
크레이그 박사가 버지니아의 FBI 연구실로 뼈의 샘플을 보낸 후에도 유골은 신원미상인 채로 보관실 선반위에서 5년, 침묵의 세월을 보냈다.
그러나 세상엔 이름 없이 죽은 자들을 결코 잊지 않는 사람들도 있었다.
실종자와 신원미상자들을 조사하는 단체인 ‘도우 네트워크’의 자원봉사자들은 자신들의 데이터베이스를 만드는 중이었다. 법무성도 ‘전국 실종 및 신원미상자 시스템’이라는 보관 시신 리스트의 공개를 시작하고 있었다. 그리고 텍사스의 경찰 서전트 레이 레이몬은 애타는 어머니의 실종된 아들을 찾아주려고 애쓰고 있었다.
텍사스 공공안전국 실종자 웹사이트엔 그 아들의 신원사항이 올라갔다. 신장 6피트; 34세; 98년 7월에 마지막으로 생존 확인; 켄터키로 갔을 가능성 있음.
도우 네트워크의 자원봉사자로 사우스캐롤라이나에 거주하는 두 아이의 엄마 다프네 오잉스는 텍사스의 실종 아들과 켄터키의 신원미상 피살자 간의 유사점을 발견했다. 오잉스의 보고를 받은 크레이그박사와 레이몬 수사관은 함께 조사에 착수, 치과기록과 DNA검사 등을 통해 동일인임을 밝혀냈다.
그리고 2주전, 텍사스 프리어 마을에 사는 연약한 노부인 자페리나 가르시아는 경찰관들의 방문을 받았다. 그들은 유쾌하고 머리가 좋았던 아들, 10년전 일 좀 보고 곧 돌아오겠다고 키스하며 떠났던 ‘그애’가 죽었다는 소식을 가져왔다. 슬프지만 한편 마음 졸이며 기다리는 불안도 이제는 끝난 것이다.
그보다 몇시간 전 크레이그박사도 ‘신원미상 남성, 케이스 FA-99-09’를 종결시켰다. 선반에서 플래스틱 통을 내려 어머니의 애정이 담긴 손길로 뼈들을 모아 텍사스로 보내는 박스에 담았다. 그리고 9년전 이 케이스를 처음 기록했던 공식 기록부를 다시 열었다.
그녀는 ‘John Doe’라는 글씨를 펜으로 지웠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진짜 이름을 적었다 : 미구엘 가르시아.
<뉴욕타임스-본사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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