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리바스타바 박사가 모니터를 들여다보며 로봇 바이패스 수술을 하고 있다.
0.5인치 절개로 시술… 성공률 99%에 사망률 단 0.3%
입원기간 짧고 통증 거의 없어
“환자 친화적인 미래의 수술법”
J.C. 비즐의 가슴을 수술하는 의사는 수술대에서 몇 야드 떨어진 곳에 있는 달걀 모양의 의자에 앉아 있다. 환자에 손을 얹어 놓지도 않은 채 의사는 비즐의 심장에 피를 공급하는 막힌 동맥 2개에 대해 바이패스 수술을 한다. 시카고 대학의 수디르 스리바스타바는 비즐의 흉골을 가르거나 심장을 멈추게 하지 않고 큰 절개를 하지도 않으면서 수술을 마쳤다. 거미모양으로 생긴 로봇의 팔들이 대부분의 시술을 담당했다.
올해 79세인 비즐은 은퇴한 크레인 기사. 바이패스 수술환자들이 보통 일주일 입원하는 것과 달리 그는 수술 3일 만인 지난 4월5일 퇴원했다. “통증이 거의 없었다. 여름이 가기 전에 다시골프를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비즐은 말했다.
스리바스타바는 새로운 바이패스 수술 기법을 사용하는 있는 몇 안 되는 선구자 중 한명이다. 이 기법의 목적은 바이패스 수술을 벌룬 혈관이식술만큼이나 환자 친화적인 것으로 만드는데 있다. 새로운 수술법은 더 이상 시의적절할 수 없다. 최근 벌룬 혈관이식술의 인기가 답보 상태에 빠져 있는 가운데 로봇 수술법은 인기를 더해 가고 있다. 로봇 수술은 환자의 감염과 합병증을 줄이고 입원기간을 대폭 단축시키기 위한 광범한 노력을 반영한다.
“언젠가 우리는 지난날을 돌아보면서 ‘맙소사, 우리가 너무 잔인했구나’라고 말하게 될 것”이라고 발루반 제바낸덤 시카고 의대 흉부외과 과장은 말한다. 환자들을 위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의사들은 새로운 로봇수술 시행에 소극적이었다. 놀라운 기술적 발전이 냉엄한 현실과 부딪히는 전형적인 사례이다. 수술법이 복잡한 데다 수술법을 배우려는 테크놀러지에 밝은 젊은 외과의들이 부족하고 이 기법으로 수술 받으려는 환자가 적었기 때문이다.
“가슴을 톱으로 열고 하는 수술 대신 로봇 수술을 받지 않을 이유가 어디 있는가 라고 말하는 것은 좋다. 하지만 그런 논리적 선책을 할 만한 관심과 실력을 가진 외과의들이 있는 병원이 별로 없다”고 메요 클리닉 심장전문의 브루스 파이 박사는 지적한다. 수술 성공 여부는 미 우주항공국과 국방부가 디자인해 추후 환자 친화적인 수술기법으로 개발된 로봇기술에 달려 있다. 제조사는 이 로봇에 ‘다빈치’(da Vinci)라고 이름 붙였다.
제바낸덤 과장은 로봇 수술법이 환자들을 놓고 경쟁해야 하는 외과의들에게 좋은 기회가 된다고 말한다. 웨스트버지니아 찰스턴 메디칼 센터의 제프리 커즌스가 로봇 바이패스 기법을 택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는 “우리는 앰뷸런스 뒤를 따라 다니는 교통사고 변호사와 거의 다를 바 없다”며 “살벌한 비즈니스”라고 고충을 털어놓는다. 그러나 커즌스는 이보다 더 고상한 이유가 있다고 말한다. 바로 심장수술의 미래에 동승하고 있다는 것이다.
비즐의 수술일은 오전 7시30분에 시작됐다. 조수가 수술준비를 마치고 집도의인 스리바스타바가 수술실에 들어섰을 때도 비즐은 여전히 잠든 상태였다. 외과의와 간호사, 마취의, 조수 등 약 10명으로 구성된 수술 팀은 통상적인 수술 팀보다 많은 숫자. 수술이 복잡하고 해야 할 일이 그만큼 많기 때문이다. OR 스태프들은 수술이 진행되는 수 시간 동안 스리바스타바의 지시에 따라 카메라 렌즈를 닦고 로봇 도구들을 교환하는 등의 작업을 한다.
오전 10시25분 집도의는 약 직경 0.5인치 정도의 구멍 3개를 환자 왼쪽에 만든다. 그리고 수술 중 바이패스 이식물을 심장에 고착시키기 위한 구멍 한 개를 더 만든다. 집도의는 기구가 지나갈 길을 만들기 위해 구멍들에 플래스틱 터널을 설치한다. 위와 아래 구멍은 다양한 로봇 칼과 집게 등이 들어가며 가운데 구멍으로는 밝게 불을 밝힌 3-D 카메라가 들어가게 된다.
마취팀은 로봇의 활동공간을 만들기 위해 비즐의 폐를 수축시킨다. 그러나 폐가 다시 원상태로 돌아오자 수술은 잠시 중단되고 20분에 걸쳐 다시 폐를 수축시킨다. 환자 위에서 움직이는 커다란 로봇 팔들을 보노라면 그 움직임들이 어떻게 환자 가슴 속의 미세한 동작으로 변환되는지 상상하기 힘들다. 수술실의 모니터들은 스리바스타바가 심벽에서 동맥 두개를 절단하고 심장 보호벽을 째 바이패스를 정확히 제자리에 정확히 졸라매는 모습을 보여 준다. “이것은 환자의 생명줄이기 때문에 서두르지 않는다”고 집도의는 말한다.
텍사스 오데사에서 병상 50개의 심장전문 병원을 운영하던 스리바스타바는 5 년전 로봇을 이용한 바이패스 수술을 시작했다. 이를 위해 외과의들이 움직임을 파악하기 위해 사용하는 촉각 대신 눈으로 이것을 파악하는 법을 배웠다. 결과는 놀라웠다. 그가 미국에서 실시한 첫 수술 환자는 수술 23시간만에 퇴원했고 일주일 후 텍사스에서 애리조나까지 운전할 수 있었다.
그는 지금까지 350건의 로봇수술을 했다. 성공률은 99%. 단 두 차례 문제가 발생해 흉골을 절개했을 뿐이다. 사망률도 급격히 낮아졌다. 통상적인 바이패스 수술 사망률이 1.5~2%인데 반해 로봇 수술은 0.3%에 불과하다.
수술용 로봇 ‘다빈치’
대당 가격 150만달러
금년에만 13만건 수술
수술용 로봇 ‘다빈치’는 지난 2000년에 사용승인이 났다. 이후 전 세계에 병원에 설치된 다빈치는 867개. 이중 647개가 미국 내 병원에 있다. 개당 가격은 150만달러이다.
바이패스 수술과 전립선 절제, 자궁 절제 등 다빈치를 사용한 수술이 올해에만 전 세계적으로 13만건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는 총 8만5,000건의 수술이 이뤄졌다.
가장 많은 수술은 5만5,000건에 달하는 전립선 제거였다. 전립선 제거 수술은 올해 말까지 40% 이상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다빈치 제조사는 바이패스 수술건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고 있으나 30~35% 정도 늘어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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