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티의 규모가 커질수록, 세상이 빠르게 돌아갈수록 대통령선거나 광우병사태 같은 대형뉴스의 그늘에 묻혀버리는 일상의 사건들이 있다. 남편이 아내를, 아들이 아버지를 때려 법정에서 마주 선 가족, 새벽에 들이닥친 경찰들이 전하는 고교생 아들의 갱 범죄 연루, 명문대 모범생의 예고 없는 자살, 10대 임신에서 마약, 폭력에 휩쓸려 정학과 퇴학당하는 고교생들…이제는 신문에 잘 실리지도 않는 작은 뉴스들이다. 그러나 이 ‘작은’ 뉴스들은 모이고 쌓이면서 머지않아 한인사회의 내일을 덮치는 ‘큰’ 물결로 다가올 수 있다. 5월은 가정의 달이다. 우리들 가정의 작은 흔들림에도 귀를 기울이며 보다 근본적인 자세를 가다듬어야할 시간이다.
부모와 자녀의 언어가 다르고, 생각이 다르며, 바라보는 방향이 서로 다르기 쉬운 이민가정을 한 교육학자는 “따로따로 산다”라고 표현했다. 한지붕 아래에서 머리를 맞대고가 아니라 등을 맞대고 사는 가정이 너무나 많다는 것이다.
부모라는 역할엔 두 가지 기본책임이 따른다. 경제적 부양과 가치관 전수다. 두 책임은 동시에 이행되어야 하지만 당장 눈에 보이는 경제적 부양만으로도 힘에 겨운 게 요즘의 현실이다. 모든 조건이 열악한 이민가정은 더욱 그렇다. 가치관 정립을 뒤로 미룬 채 경제적 안정에 몰두하다가 어느 날 그 우선순위가 잘못되었음을 너무 늦어서야 깨닫게 된다. 재산을 잃은 생활은 가치관으로 구원되지만 바른 가치관은 뒤늦게 갑자기 돈으로 사줄 수 없음을 빗나간 아이들을 통해 우리는 매일 보고 있다.
가치관이란 이론이 아니다. 부모가 행동으로 보여주는 시범이다. 보다 나은 삶을 위한 기본 가치관은 한국과 미국이 다를 리 없다. 그러나 부모와 자녀가 서로 다른 세계에 살고 있는 이민가정에선 가치관이 부모의 행동만으로 저절로 전수되기는 쉽지 않다. 노력이 필요하다. 여러 방법이 있겠지만 적어도 두 가지 자세는 갖추어야 한다.
우선 부모도 배워야 한다. 미국을 배우고 영어를 배워야 한다. 한국의 고유정신을 제대로 가르치려면 자녀가 속한 미국의 정신을 부모가 먼저 알아야 한다. 자녀에게 한글공부를 시키듯이 부모도 그 두 배의 노력으로 영어를 공부해야 한다. 그리고 솔직해야 한다. 부모가 솔직해져야 자녀가 마음을 열고 자녀가 마음을 열어야 가족의 뜻이 합해진다.
경제적 풍요가 전 세계의 최대목표가 되어버린듯한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그러나 한번쯤은 자신의 깊은 내면을 들여다보며 자문할 필요가 있다. 시인 T.S. 엘리엇은 이렇게 물었었다. “사느라고 잃어버린 참된 삶은 어디에 있는가?” 가정의 달은 그 해답을 찾기에 가장 적합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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