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시신들이 물결에 따라 이리저리 흔들리며 떠내려가지만 살아남은 사람들은 이에 관심이 없었다. 사람들은 상류에서부터 떠내려온 시신을 거두는 것은 자신들이 할 일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이 지역에서 정부의 존재는 거의 느낄 수 없었다.
뉴욕타임스는 11일과 10일 이틀에 걸쳐 사이클론 ‘나르기스’가 휩쓸고간 뒤 피해자 구호나 수습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미얀마의 이라와디 삼각주의 참상을 소개했다.
뉴욕타임스가 전한 일부 피해지역의 상황은 엄청난 피해에도 불구하고 구호의 손길이 거의 미치지 않으면서 부패와 죽음의 냄새만이 진동하고 있는 처참한 모습이었다.
배를 타고만 접근할 수 있는 이라와디 삼각주의 시골 마을들을 뉴욕타임스가 8시간 동안 돌아본 결과 강물을 따라 떠다니는 시체들이 넘쳐나 피해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시신들은 대부분 얼굴을 아래로 처박은채 떠나니고 있었고, 햇볕 아래 부패돼 가고 있었다. 마을 사람 200명중 96명이 사망한 곳도 있었다.
쌀 농사를 지었던 아웅 윈(45)씨는 시신들이 떠내려 오는 것을 전에 봤을 때는 슬프고 겁이 났지만 지금은 ‘저기 또 시체가 온다’고 사람들이 말할 뿐이라고 밝혔다.
보갈레 지역의 수로 외부에서 만난 생존자들은 사이클론이 휩쓸고 간 이후의 참상을 셀 수도 없이 많은 사람들이 죽은 것을 목격했다는 똑같은 말로 전했다.
이 신문은 정확한 피해자 수를 알 수는 없지만 피해지역의 모습이 18만1천 명의 희생자를 냈던 지난 2004년 쓰나미 피해지역을 연상시킬 정도라고 전했다.
양곤에서 보갈레로 통하는 70마일 구간의 도로 주변에서 사람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었으며 이번 사이클론으로 지도에서 사라졌다는 한 마을에서는 죽은 사람보다 산 사람의 수를 집계하는 것이 빠를 것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양곤에서 33마일 떨어진 시골마을 다이다남. 이 곳에는 사이클론이 지나가고 엿새가 흘렀지만 아직도 28명의 희생자 시신이 불어난 물 위를 떠다니고 있다는 것이 생존자들의 증언이다.
구호작업이 지연되면서 식수와 의약품이 제때 공급되지 않으면 희생자가 급증할 것이란 국제구호단체의 우려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모든 버스가 망가져 일을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는 버스운전사 테인툰(44)은 먹을 것이 많지 않아 하루에 한 끼 밖에 못 먹고 있다면서 그나마 먹는 것도 물에 잠겨 있던 바나나와 썩은 과일 뿐이라고 하소연했다.
물에 젖었던 쌀을 말려 먹고 있다는 다른 생존자들도 곰팡내 나는 쌀이지만 달리 먹을 것이 없다면서 정 못 먹을 정도인 쌀은 가축에게 주고 있다고 말했다.
현지 사찰과 미얀마 군정이 생존자들에게 쌀을 배급하고 있지만 모든 것을 잃은 이재민들을 구호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또 홍역이 창궐할 수 있다는 걱정도 커지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사이클론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지역이 해안가 마을이라면서 한 해안가 마을은 단 두 사람만이 살아남았을 정도로 극심한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으나 경찰이 이 마을에 대한 접근을 차단하고 있다고 전했다.
k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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