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TV계의 넘버원 앵커우먼이라는 화려한 명성에도 불구 바바라 월터스는 자신의 개인사에는 언제나 말을 아꼈다. 지난 반세기동안 전 세계 뉴스의 헤드라인을 장식한, 국가수반에서 살인자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명사를 만나 인터뷰한 그는 때론 날카롭게, 때론 부드럽게 사안의 정곡을 찌르는 질문으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어떤 상대라도 깊숙한 속마음을 모조리 털어놓게 했던 그가 이번엔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최근 출간된 자서전 ‘오디션:회고록’(Audition :A Memoir)을 통해서다. 고통스러웠던 가족의 이야기, 떳떳치 못해 비밀로 덮어야했던 사랑이야기, 완고한 남성들과 맞서야했던 화려한 커리어 이면의 투쟁 등이 담겨있다.
TV 인터뷰의 여왕 바바라 월터스, 반세기 커리어 담은 자서전 출판
정신병 언니·3번 결혼 실패·불륜등 고통스런 가족사도 솔직히 밝혀
아마도 612페이지에 달하는 이 자서전에서 -1970년대 미 최초의 흑인 연방상원의원 에드워드 브룩과의 부적절한 사랑을 제외한다면- 가장 의외의 사실은 커리어의 정상에 올라서도 오랫동안 자신감을 못가진채 불안감에 시달렸다는 월터스 자신의 고백일 것이다.
불안감은 그가 NBC ‘투데이’ 최초의 공동진행자가 된 후에도, ABC 이브닝뉴스의 첫 여성 공동앵커를 하면서도, 그리고 전 세계를 휘젓고 다니며 외국수반들을 만날 때까지도 그녀를 따라다니며 괴롭혔다. “명성이 아무리 높아져도… 이 모든 게 한순간에 사라질 것 같아 늘 두려웠습니다” 30개국의 국가원수, 닉슨이후의 모든 미국 대통령, 셀 수없이 많은 각계 명사들을 인터뷰하며 40여년이 지난 후에야 이 불안감은 마침내 잦아들기 시작했다.
그는 2004년 ‘20/20’사회자를 그만 둔 후, 자서전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자신의 일생이 완벽한 라이프와는 거리가 멀었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
나이트클럽을 경영하는 아버지의 막내딸이었던 그는 불안한 집안형편에 민감한, 외로운 아이였다. 20대의 월터스가 첫 결혼에서 막 이혼했을 때 도박을 즐기던 아버지는 나이트클럽이 망하면서 수면제 과다복용으로 자살을 기도했다. 정신장애자인 언니 재클린을 비롯해 가족의 부양책임은 그녀에게 넘어왔다.
‘투데이’의 작가로 일을 시작한 월터스는 1964년부터 방송기자로 뛰었고 10년후 공동진행자가 되었다. 쉽지 않았다. 남성독점의 방송계에서 남성을 능가하는 재능과 활기를 발휘했지만 텃세는 강했다. ‘투데이’의 진행자 프랭크 맥기는 월터스에게 ‘여성스러운’ 인터뷰만 하라고 했다.
“난 ‘열심히 일하자, 불평하지 말자’란 원칙을 지키며 일했습니다. 그러나 그땐 참을 수가 없었지요. NBC 경영진에 항의했습니다” 사장이 중재에 나서서 영역에 제한을 두지말고 맥기가 첫3개의 질문을 한 후 4번째는 월터스가 할 수 있도록 합의했다.
방송국내 텃세와 싸우는 대신 월터스는 밖으로 눈을 돌려 명사들과의 인터뷰를 추진했다. 적극적으로, 공격적으로 밀고나가는 그를 남성동료들은 드센 여자를 뜻하는 ‘푸쉬 쿠키’라고 불렀다.
1976년 ABC로 옮겼을 때의 동료들의 반응은 한층 더 냉랭했다. 5년에 500만 달러라는 당시로서는 사상초유의 엄청난 연봉이 언론계 핫뉴스로 등장했고 그에겐 ‘밀리언달러 베이비’라는 별명이 붙었다.
이브닝뉴스의 공동앵커 해리 리즈너의 공공연한 적대감에 ‘이제 난 끝났구나’하고 절망했던 월터스를 구해준 것은 뉴스보다는 연예쪽에 가까운 스페셜 프로였다.
전 세계를 누빈 월터스의 인터뷰 스페셜은 대성공이었다. 피그만의 순찰함 선상에서의 카스트로 인터뷰에 시청률이 치솟았고 이스라엘 베긴수상-이집트 사다트대통령과의 합동인터뷰는 천하의 월터 크롱카이트로부터 “바바라 인터뷰가 내 것보다 나았어?”라는 우려를 자아냈을 정도였다.
이번 자서전에서 사람들의 가장 큰 관심을 모은 것은 1970년대 브룩의원과의 로맨스였다. “지금까지 만난 사람 중 가장 매력적이고 섹시한 남자”였던 브룩과는 그가 아내에게 이혼을 요구할 만큼 깊은 관계로 발전했으나 각자의 커리어를 생각해 78년 헤어졌다. 자서전 출간 전 월터스는 브룩에게 편지를 보내 이 관계를 밝힌다는 사실을 알렸고 현재 87세인 브룩도 ‘나이스한 답장을 보내왔다’고 월터스는 전했다.
78세(월터스는 자신의 나이에 대해선 확인을 거부했다)라는 나이가 무색하게 지금도 그의 모습엔 흐트러짐이 없다. 화장도, 금발의 헤어스타일도, 날씬한 옷차림도 완벽에 가깝다. 아직 에너지는 넘치지만 은퇴를 생각중이다. “나이 들어 좋은 게 하나 있다면 이젠 더 이상 애써 높은 산을 오르고 싶은 욕망이 생기지 않는다는 겁니다”
그러나 만약 오사마 빈라덴이 인터뷰할 용의가 있다고 한다면? “당장 짐을 싸 떠나야지요” 라고 월터스는 지체없이 대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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