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약 35년 전 내가 울산의 현대조선에서 기계설계 기사로 근무하고 있을 때의 일이다. 그때 현대 조선소는 오나시스의 사돈되는 리바노스로부터 대한민국 역사상 최초로 두 척의 26만톤급 대형 유조선 제작 주문을 받고 그 유조선을 만들기 위한 공장을 건설하고 있던 때였다.
하루는 돌아가신 고 정주영 회장께서 공장의 건설현장을 돌아보기 위하여 차를 타고 인근의 도로를 가고 있는데 난데없이 갑자기 그 동네의 농어민들이 몰려들어 그가 가는 길을 막고 드러누워 차를 막아섰다. 그들은 정 회장에게 “조상대대로 물려받아 농사를 짓고 고기를 잡아 생계를 꾸리고 있는 문전옥답과 어장을 파괴하고 그것을 억지로 빼앗으려 하는 날강도”라는 온갖 욕설과 함께 고함을 지르면서 돌을 던져 차량의 유리창을 깨고 난동을 부렸다.
그러나 정 회장은 그들의 이야기를 묵묵히 듣고 난 후 소동이 어느 정도 잠잠해지자 그 곳을 빠져나와 그 다음날부터 해당 직원들을 그 동네에 보내, 이곳에 조선소가 들어섬으로서 주민들과 그들의 자손들이 얻게 될 혜택과 이익을 자세히 설명하고 납득시켜 결국에는 현재 세계 최대의 대형 조선소로 발전시키는 계기를 마련하였다.
내가 구태여 35년여 전의 이야기를 들먹이는 이유는 현재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개방과 FTA에 관련된 일련의 사태를 보면서 문득 고 정주영 회장의 그 일화가 생각이 났기 때문이다. 한국은 작은 땅덩어리에 그마저 두 동강이가 나서 전쟁을 겪는 등, 60년 이상을 서로 반목하고 대립하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세계 11대 경제 강국으로 성장하여 온 세계가 부러워하고 경이의 눈으로 바라보는 자랑스러운 나의 조국이다.
이제는 그만큼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선진국의 반열에 오를 만큼 성장하였으니 국민들의 의식수준도 그에 걸맞게 높아져야 한다. 자신감과 함께 외국의 어떠한 도전에도 넉넉하게 응전할 수 있는 여유와 담담한 마음가짐을 가져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현재 한국은 중국에서 온갖 싸구려 불량한 농수산물들을 마구 들여와 국민들의 건강을 위협하고 또 한 달이 멀다하고 중국산 먹거리 파동이 일어나고 있지만 정부나 국민들 어느 누구도 중국 정부에 촛불을 들고 항의하거나 시위했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그러면서도 아직 수입을 시작도 하지 않은 미국산 쇠고기에 대해서는 어찌 그리도 민감한 것인지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쇠고기 수입 협정은 한국이 그 동안 어려운 가운데에도 잘 개발하고 발전시켜 온 전화와 컴퓨터, 그리고 텔리비전 등 각종 전자제품과 자동차를 비롯한 우수한 한국의 공업생산 제품들을 미국의 넓은 시장에 보다 더 많이 판매하기 위한 전략적인 고려에 따른 것으로 알고 있다.
그렇다면 정부나 여당은 물론 야당과 국민들도 좀 더 넓은 시야와 함께 한국 경제의 미래와 세계에 대한 자신감을 가지고 마음을 열고 머리를 맞대어 그 다음의 수출전략과 축산 농가의 대책을 의논하고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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