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시티=연합뉴스) 류종권 특파원 = 동성연애자 권익 신장 기념일인 17일 멕시코에서 각각 성 전환 수술을 한 남녀가 처음으로 결혼식을 올려 화제가 되고 있다.
신랑 마리오(55)와 신부 디아나(45)는 이날 멕시코시티의 한 마을회관에서 몰려든 보도진과 인권운동가들 그리고 친인척들의 축복속에 구청에 소속되어 있는 민법판사 구스타보 루고의 주례로 결혼했다.
구스타보 루보 판사는 남녀 사이의 결혼을 집례하는 이 혼인 예식은 현행 민법상으로, 또 내 업무규정에서 위반되는 것이 없다고 확인했다. 이들은 결국 현행법에서 결혼의 합법성을 인정받기 위해 신랑은 옛 여성의 신분으로, 또 신부도 옛 남성의 신분으로 부부의 연을 맺었다.
구스타보 루보 판사는 빈센테 폭스 전 대통령이 마르타 사아군과 재혼할 때 가톨릭교회가 폭스의 이혼을 인정할 수 없기 때문에 그 결혼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상황에서 그들의 세례명으로 결혼식을 집례한 바 있다.
한 심리상담자의 주선으로 7년 전 부터 교제를 해오다 이날 골인한 이들 부부는 그러나 현행법의 테두리 내에서 보호를 받기 위해 성 전환을 하기 이전의 이름으로 혼인 신고를 했다.
50대 중반으로 이미 은퇴하여 연금생활을 하고 있는 신랑은 대머리에 턱수염이 가득했으며 의료기기 전문가로 근무해 온 금발의 신부는 풍만한 가슴이 거의 반쯤 드러나는 대담한 흰색 예복으로 자신이 여성이라는 것을 유감없이 과시했다.
이날 결혼식장에는 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 성전환자(LGTB)를 상징하는 무지개 테이프가 곳곳에 장식되어 있었으며 신랑과 신부도 무지개 테이프를 목에 걸고 있었다.
마리오, 디아나 부부는 자신들의 결혼식이 언론보도를 통해 널리 알려지면 공공병원에서 성전환 수술이 용이해지고 호적에서 이름과 성별도 쉽게 바꿀 수 있도록 관련법이 개정되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들 부부는 하와이의 한 케이블방송의 후원으로 하와이로 신혼여행을 가서 방송에 출연한 후 자신들과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에 대한 차별이 거의 없는 캐나다에 한동안 거주했다가 멕시코 이달고 주에 정착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멕시코는 미국에 인접해 있고 역사적으로 스페인 식민지 지배를 받아 문화적으로 개방되어 있는 듯 보이지만 전통적인 가톨릭 국가로 보수적 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성전환 수술, 동성애 등에 대해서는 아직 반대 의견이 만만치 않다.
그러나 지난 2006년 게이 동거가 멕시코시티와 북부의 코아윌라 주에서 합법화되어 보호를 받는 등 지난 몇년 사이에 상당한 진전이 있었다.
특히 작년에 좌파가 주도하고 있는 멕시코시티 의회는 가톨릭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낙태수술을 합법화하고 회복 가능성이 희박한 환자가 치료를 거부할 수 있다는 내용의 법안을 통과시키기도 했다.
rj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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