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황정욱 심인성 기자 = 27일 처음으로 마주하는 이명박 대통령과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의 `정치궁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공식 정상회담에서는 양국간 주요 현안을 비롯한 공동 관심사에 대해 주로 논의하겠지만 상호 우의를 돈독히 할 사적 대화도 적잖이 오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두 지도자의 개인적 성향이나 기질, 노선 등이 회담에 일정부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일단 두 사람은 성장 배경이 달라도 너무 다르다는데 이견이 없어 보인다.
우선 이 대통령은 찢어지게 가난한 집안형편 때문에 중학교에 입학할 때부터 뻥튀기장사, 과일행상, 환경미화원 등을 하며 생활비와 학비를 벌었고, 고려대 재학시절에는 6.3사태의 주모자로 서대문형무소에서 6개월을 복역해 이력에 민주화 투사의 `훈장’을 보태기도 했다.
그러나 타고난 부지런함과 과감한 문제제기로 현대건설에 입사한 지 2년도 되지 않아 대리로 승진한 것을 시작으로 29세 이사에 이어 불과 35세에 사장이 되는 등 `샐러리맨의 신화’를 남겼다. 이후 14, 15대 국회의원과 서울시장을 거쳐 국가 최고지도자 자리에까지 올랐다.
이에 비해 중학교 때부터 엘리트 코스를 밟아 명문 칭화(靑華)대를 졸업한 후 주석은 기술관료 출신으로, 깐수(甘肅)성 건설위에서 일하던 중 일찌감치 `차세대 젊은간부’의 일원으로 뽑힌 뒤 공산주의청년단 일원으로서 덩샤오핑(鄧小平)과 후야오방(胡耀邦)의 총애를 받으며 사실상 앞날이 보장된 정치의 길을 걸어왔다.
이어 지난 92년 공산당 제14차 전국대표대회에서 50세의 나이로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파격적으로 발탁, 장쩌민(江澤民) 전 국가주석을 중심으로 하는 7명의 최고정책결정자 중 최연소자로 권력의 중심부에 진입한 뒤 2003년 드디어 국가권력 서열 1위의 자리에 오르게 됐다.
이처럼 두 사람의 살아온 궤적이 현격히 다르지만 그 속에서도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일단 겉으로 보기에 이 대통령과 후 주석은 각각 1941년 12월19일, 42년 12월21일 생으로 이 대통령이 한 살 위지만 동시대를 살았다.
또 공교롭게 두 지도자는 앞으로 비슷한 기간 각각 한국과 중국을 이끌어 나가게 된다. 이 대통령은 지난 2월 말 취임했고, 후 주석은 지난 3월 집권2기를 새롭게 시작했다. 임기는 모두 5년이다.
여기에다 후 주석도 이 대통령 만큼은 아니지만 가정형편이 어려워 넉넉하지 못한 유년기를 보냈다. 후 주석의 부친은 당시 차 도매업종에 종사했으나 경기가 좋지 않아 근근이 명맥만 이어가는 수준을 유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의 가장 큰 닮은 점은 이념과 투쟁보다는 성장위주의 경제를 중시하며 `실용노선’을 걷고 있다는 점이다. 한마디로 통치철학이 흡사하다고 할 수 있다.
이 대통령은 취임하자 마자 `실용주의’를 주창하며 대대적인 개혁 드라이브를 걸고 나섰다.
진보와 보수의 대결구도를 넘어 실용의 시대로 나아가야 경제회복은 물론 선진 일류국가를 달성할 수 있다는 게 이 대통령의 소신이다. 이 대통령이 일본에 대해 과거를 뛰어넘어 미래를 향해 손잡고 나가자며 화해 제스처를 취한 것은 대표적인 실용의 사례로 꼽힌다.
후 주석 역시 한결같이 `경제 우선주의’를 주된 통치 기조로 내세우고 있다.
후 주석은 지난 5년간의 1기 집권기간 개혁.개방의 기본노선에다 실용정신을 가미해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룩해 왔다. 후 주석이 이달 초 일본 방문기간 역사문제를 뒤로 하고 민감한 현안에 대한 일본 측의 즉답을 요구하지 않은 것은 그의 실용정신을 잘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라는 평가다.
두 사람은 철저한 자기관리에 있어서도 흡사한 면이 있다는 분석이다.
이밖에 신체적으론 이 대통령의 키가 173㎝로 후진타오(175㎝) 보다 2㎝ 작으며, 종교는 이 대통령이 독실한 개신교 장로인 반면 후 주석은 무교다.
외향적인 성격의 이 대통령이 테니스 등 스포츠를 즐기는 반면 외유내강형인 후 주석은 대학시절 교내 합창단에서 활동하는 등 춤과 노래에 재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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