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로라도스프링스 브로드무어 호텔에서 열린 순결무도회 중 코트니 맥알핀(14)이 아버지 스티브가 순결서약문 읽는 것을 듣고있다.
대형 십자가 앞에서 흰 장미를 바치는 레이첼 리(16)와 아버지 테리. 이들 뒤에 치켜 든 검의 아치 밑에서 또 다른 부녀가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딸의 혼전순결 지켜주려는 아버지들의 서약식
‘모범’보이기 위해 아버지 자신의 순결도 맹세
열흘전 콜로라도스프링스의 화려한 브로드무어호텔. 하프가 연주되는 금빛 디너 룸에 긴 드레스로 성장한 70여명의 소녀들이 중년 남성들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입장했다.
제9회 연례 아버지와 딸의 순결 무도회(Father-Daughter Purity Ball)가 열리는 순간이었다. 초등학생부터 대학생 연령의 소녀들 못지않게 친아버지와 의붓아버지, 미래의 시아버지등 ‘아버지’들도 잔뜩 긴장한 모습이었다.
처음 두시간은 틴에이저 자녀와의 외식처럼 서먹했다. 계속 말하는 쪽은 아버지들이었고 소녀들은 숙녀답게 먹느라 애쓰고 있었다.
그러나 디저트가 끝난 후, 63명의 아버지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큰 소리로 서약을 낭독했다. “내 딸의 순결을 보호할 것을 하나님 앞에서 맹세합니다”
그것은 복음주의 기독교의 시각으로 볼 때 부패한 이 사회에서 딸을 지키겠다는 결심의 제스처였다. 이 행사의 주제는 딸들의 혼전 순결이었지만 포커스는 머리가 희끗거리는 아버지들에 맞추어졌다. 딸들에게 순결을 강조하기 위해선 딸들 못지않게 유혹이 많은 세상에 사는 그들 자신이 먼저 모범을 보여야 한다.
“내게도 좋은 일”이라는 54세의 테리 리는 이 행사에 참석하는 것이 2번째다. 막내딸 레이첼(16)과 함께 온 그는 “영적이고 도덕적인 삶을 사는데 도움이 된다”면서 “딸들에게 이렇게 높은 기준을 요구하려면 나도 그애들 엄마를 속이고 바람을 피워서는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순결 무도회 참석자들은 대부분 콜로라도스프링스의 복음주의 기독교인들이었지만 버지니아와 캘리포니아에서 날아온 부녀들도 있었다. 약 1만달러 예산이 든 이 무도회는 랜디와 리사 윌슨 부부가 기획한 행사로 금년엔 약 150명이 참석했다. 40대 후반인 윌슨부부가 순결무도회를 처음 마련한 것은 10년전, 자신의 딸들이 사춘기에 접어들었을 때였다.
윌슨의 7남매 중 한명인 크리스틴(20)은 “우리는 아무나하고 마음대로 잘 수 있다고 부추기는 문화 속에서 살고 있어요. 그러나 그건 결국 우리를 혼란 속으로 몰아넣지요”라고 말한다. 혼전 섹스는 특히 남자보다 감정적으로 더 상처받기 쉬운 여자아이들에게 파괴적이라는 것. 이날 무도회에 참석한 소녀들은 혼전 순결을 지키는 데는 아버지의 도움이 절대적 역할을 한다는데 동의했다.
연구결과로 나타난 순결 무도회의 효과는 반반이다. 아버지와의 가까운 관계가 소녀들의 첫 성관계 시기를 늦추고 10대의 혼전 임신을 줄였다는 결과도 있지만 순결서약을 했던 소녀들 대부분이 결혼전 성관계를 갖는 등 이런 서약이 별 효과가 없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어쨌든 순결 무도회의 인기는 날로 높아가는 추세여서 미 전국과 해외에서 까지 비슷한 행사들이 계속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금년 콜로라도스프링스 무도회가 좀 달랐던 것은 서약을 하는 사람이 딸들이 아닌 아버지였다는 점이다. 디너 테이블 중앙에 아버지들이 서명할 서약이 놓여있고 무도회장 한쪽엔 7피트의 대형 나무 십자가가 세워졌다.
그 앞에서 두 남자가 검을 치켜들어 아치를 만들었고 아버지와 딸들은 아치 아래로 걸어 들어가 십자가 앞에 무릎을 꿇었다. 아버지는 딸을 위해 짧은 기도를 했고 딸은 순결의 상징으로 흰 장미를 십자가 앞에 바쳤다.
2년전 교통사고로 거의 잃을 뻔 했던 딸을 소중히 데리고 나온 아버지도 있었고 아버지 없는 아들의 애인과 함께 온 미래의 시아버지도 있었다. 불치의 암을 선고받은 한 아버지는 두 딸을 한꺼번에 데리고 왔고 재혼한 한 남자는 의붓딸에게 보다 좋은 아버지가 되고 싶어서 왔다고 했다.
디너와 서약식과 댄스로 이어지며 자정까지 계속된 무도회가 다 끝나고 돌아가는 아버지들은 들어올 때보다 딸들과 한층 가까워진 모습이었다. 하품하는 어린 딸의 어깨를 안고 가는 아버지도 있고 호텔 내 호숫가에서 두 딸들과 밤 산책을 즐기는 아버지도 보였다. 오늘 이들이 한 서약은 ‘내 딸의 아버지로서 성실하고 순결한 사람이 되겠다’는 다짐이고 맹세였다.
<뉴욕타임스-본사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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