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팥은 반으로 줄었지만 부녀 사랑 몇 만배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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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장이 두 개인 것은 하나를 떼어도 큰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는 것을 어릴 때 배웠어요. 게다가 아빠를 살릴 수 있다고 생각하니 쉬운 결정이었는걸요.”
가난한 사람을 도우며 나라를 위해 일하고 싶은 꿈을 가진 유선남(27세 석사과정)씨가 수술대에 오른 건 몇해 전 신장에 문제가 생긴 아버지를 위해서였다.
아버지 유병홍(60세 태권도 사범)씨는 월남전에 참전한 국가 유공자로 머리 관자놀이부분에 파편이 박혀 장애인 1급 판정을 받은 후 전상제대한 해병대 출신.
유씨의 몸에 이상이 생긴 것은 월남전 정글에서 방광 속으로 침투한 결핵균이 오랜 잠복기간을 거쳐 움직이기 시작하면서부터 였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신체적 저항력이 떨어진 틈을 타 ‘대공세’를 펼친 결핵균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이번에는 독한 약물을 견뎌내지 못한 신장이 제 기능을 상실하고 말았다.
유씨가 이처럼 생명을 위협받는 ‘위기상황’에 처하자 그의 두 딸들이 다투어 신장기증을 자청하는등 ‘아빠 구하기’에 발벗고 나섰다. 연년생 자매는 서로 의논 끝에 언니인 선남씨가 먼저 조직검사를 받은 후 이식불가 판정이 나올 경우 동생이 검사를 받기로 결정했다. .
UCSF 병원에서 검사결과 이식 적합판정을 받은 선남씨는 “더 지체할 것 없다”며 곧바로 수술 날짜를 잡았다.
유씨는 “만약 딸아이가 조금의 망설임이라도 내비쳤다면 내 스스로 신장이식 수술에 찬성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나를 위해 바쁘게 병원을 뛰어다니며 수술을 닌 딸이 그저 고맙기만 하다”고 말했다.
신장 이식 수술을 한지 일년 반이 지났지만 그때를 생각하면 여전히 마음이 뜨거워진다는 유씨는 요즘처럼 각박한 세상에 아무리 자식이라지만 신장 떼어주는 일이 결코 쉽지 않은 일이라며 특히나 미국에서는 효에 대한 사상이 많이 부족하기에 미국에서 태어난 딸아이의 부모 생각하는 깊은 효심이 그저 대견할 따름이란다.
자식에게 해준 게 많지 않은데 이런 효도를 받게 된 것은 “내가 내 부모에게 잘하는 모습을 보며잘 자라준 아이들의 올바른 심성 때문이 아닐까 싶다”며 쑥스럽게 웃는 유씨는 “사랑으로 기른 아이들이 사랑을 줄줄 아는 아이로 자란 탓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가 오랜 투병생활을 통해 얻고 확인한 것이 한가지 더 있다. ‘한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임을 증명이라도 하듯 아플 때 곁을 지켜준 해병 친구들.의 끈끈하고 강한 의리에 가슴 먹먹한 감동을 느꼈다.
처음 딸아이를 가졌을 때 아들이 아닌 게 섭섭하다며 이름마저 섭남이로 지었다가 너무한 것 같아 선남이로 바꿔 출생신고를 했다는 유씨.
그렇게 바라던 아들을 뒤늦게 얻어 현재 10살이 된 아들까지 1남 2녀를 두었지만 섭섭한 딸이었던 선남씨가 선한 딸로 자라 오히려 생애 최고의 효도를 한 셈.
다시 돌이켜도 절대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다는 선남씨는 오히려 아빠를 위해 신장을 내어줄 수 있었던 자신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딸아이가 유씨의 신장 부분에 손을 올리고 “내 것이 여기 있다”고 말할 때마다 다른 자식들이 들으면 서운할까봐 주의를 준다는 유씨지만 큰딸과 한 몸이 된 그의 마음 역시 큰아이가 더 특별하다는 느낌을 떨칠 수는 없다고.
“딸아이 신장 덕에 더 젊어진 느낌입니다. 나의 신장은 실제나이 27세로 내 신체 중 가장 젊거든요.” 함박웃음 가득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아빠로 다시 태어난 유병홍씨.
부녀의 콩밭은 반으로 줄었지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부녀간의 사랑은 오늘도 넘치고 있다.
<권선주 기자> sjkwon@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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