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양태삼 기자 = 30일 여성부가 발표한 전국 성폭력 실태조사에서는 조사 항목에 ‘부부강간’을 포함해 부부 사이의 성폭력을 인정하는 다소 낯설지만 진보적인 시각을 반영했다.
이번 조사는 정부 차원에서 전국단위로는 처음으로 이뤄진 것인 만큼 전반적인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가능한 한 대상 범위를 넓게 잡다 보니 이 항목도 포함했다는 게 조사를 맡은 한국형사정책연구원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조사에서는 부부 강간을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여 강제로 성행위를 하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조사 결과 부부 강간은 여성 1천명당 9.7명 꼴로 피해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부부 강간이 적지않은 것으로 분석됐지만 처벌 여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처벌에 대한 찬성(38.7%)과 반대(35.2%)가 맞선 가운데 ‘찬성하지만 시기상조’라는 대답이 26.1%를 차지해 찬성 쪽에 무게가 더 실린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 김은경 박사는 상대의 의사에 반하여 관계가 이뤄졌다면 경위야 어떻든 분명한 폭력 행위라고 밝히면서 그렇기 때문에 실제로 여러 선진국에서는 부부 사이에도 강간을 인정, 처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같은 연구원의 강은영 박사는 부부 강간도 ‘본인의 의사에 반한다’ 점을 고려해 강간죄의 범주에 넣어 원칙적으로 처벌이 가능하지만 지금까지는 죄를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경찰에 신고하더라도 검찰이 기소하지 않았다면서 가정폭력이 빚어진 후 부부 강간이 자주 발생하는 만큼 이 부분은 가정폭력 차원에서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 부부간 강간을 범죄 행위로 인정, 처벌하면 가정이 파탄이 나는 만큼 공권력이 부부 사이의 일(?)에까지 개입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에 따라 지금까지 관여하지 않았다는 설명.
부부 강간과 함께 이번 조사는 ‘데이트 강간’도 동의 없이 상대의 강요나 조종에 의해 일어나는 성폭력으로 규정했다. 조사 보고서는 데이트 강간이 피해 장소가 주로 숙박업소이고 피해자와 가해자가 친밀한 관계라는 점에서 법적인 처벌이 어렵지만 그 후유증은 심각하다고 강조했다.
여성부 관계자는 이런 조사를 정례화한다면 지금까지 논란의 수준에 머물러 있는 부부 강간에 대한 여론의 향배를 볼 수 있어 부부 강간을 조사 항목에 포함했다면서 앞으로 여론을 봐가며 검토해볼 사안이라고 말했다.
tsy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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