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가 막힐 일이다. 며칠 전 아침 출근시간에 학교 근처에 있는 주유소에서 가장 싼 기름이 갤런 당 4.15달러였다. 퇴근시간의 기름 값은 4.33달러였다. 7시간 사이에 18센트가 오른 것이다. 아무리 원유 값이 계속 오른다고 하지만 하루만에 18센트가 오르는 것을 본 건 처음인 것 같다.
내가 타고 다니는 차에 기름을 채우려면 10갤런이 필요하니까 아침에 기름을 넣었으면 1달러80센트를 절약할 수 있었을 걸 후회를 하며 혹시라도 집 근처의 주유소에서는 몇 센트라도 더 싸지 않을까 기대하며 집을 향해 운전을 했다.
모두가 아는 사실이지만 이렇게 기름 값이 치솟는 가장 큰 이유는 전 세계의 기름 생산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중국과 인도의 고속 성장으로 인해 전 세계의 원유의 소비는 계속 늘고 있지만 생산이 이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이야기다.
생각 같아서는 ‘기름을 더 퍼 올리면 되지 않을까’ 싶지만 그것도 쉽지가 않다고 한다. 얼마 전 부시 대통령이 사우디아라비아에 기름을 더 생산해 달라고 부탁했지만 한 마디로 거절당했다고 한다. 벌써 생산량의 한계에 가깝게 기름을 퍼내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게다가 지난 몇 십년 동안 새로운 유전이 많이 발견되지 않고 있고, 발견된다 하더라도 거기서 기름을 빼내는 데는 몇 년이 걸리기 때문에 빠른 시일의 해결책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
유가 인상의 문제는 달러 약세, 러시아나 남미의 베네수엘라 같은 석유 생산국의 정치 불안, 그리고 원자재에 대한 투기로 쉽게 해결이 되지 않을 거라는 게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의 예상이다. 심하면 휘발유 값이 갤런 당 7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하니 앞이 캄캄하다. 기름 값 상승은 바로 물가 상승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물품 운반비용은 당연하고 음식 재료비, 원자재비, 그리고 인건비, 하물며 전기세와 물세까지 인상될 테니 앞으로 서민들의 삶은 얼마나 힘들어질 것인가.
시원한 해결책은 보이지 않지만 기름 값이 비싸지면서 미국에선 1991년 이후 처음으로 수요가 약간 줄었다고 한다. 운전하는 사람들이 많이 줄었는지 나의 출퇴근길이 5분 정도 빨라진 것 같다. 하루 두 시간이 넘게 운전해 출퇴근하는 친한 친구는 기차와 전철을 이용하겠다고 했다. 많은 미국인들은 요즘 외출을 줄이고 운전하는 거리를 줄이는 것에 신경을 쓴다고 한다. 미국의 3대 자동차 회사들도 기름을 벌컥벌컥 ‘마시는’ SUV와 트럭의 생산을 중단하고 하이브리드와 전기차 개발과 판매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갤런 당 8~9마일 달린다던 유명한 ‘험머’도 곧 판매 중단할 수 있다는 발표를 들은 지 며칠 안 된다. 모터사이클, 모펫, 자전거의 판매가 훨씬 많이 늘었다는 뉴스도 들었다. 조금 있으면 직장 동료들끼리 서로 카풀을 만들 거라고 생각된다.
기름 값이 앞으로 얼마나 더 오를지 알 수 없다. 어떤 경제학자들은 기름 값이 떨어질 거라는 예상도 하지만, 변동이 심한 세계 정치 상황 등으로 인해 이제는 예전같이 싼 휘발유를 구경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 된다.
기름 값 비싸다고 불평하기보다 석유에 의존하는 버릇을 버리는 것이 더 현실적일 것이다. 기름이 적게 드는 차를 몰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물과 전기를 낭비하지 않고 사는 법을 배워야 살아남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다.
오늘도 출근하며 보니 기름 값이 또 껑충 뛰었다. 앞으로 기름 소비를 어떻게 하면 줄일 수 있을까.
서재필
벨플라워 중학교 합창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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