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 지원금 끊기고..이사 회비도 안들어오고
불경기가 계속되면서 회원들의 회비나 이사 회비, 한인사회 후원금에 의존해 운영하는 한인단체와 기관들이 자금난에 허덕이고 있다.
플러싱의 한 한인기관에 올해 5월 접수된 후원금은 지난해 동기대비 20%가 줄었다. 상근직원의 월급이 4~5개월씩 체납되자 사무총장은 자신의 월급까지 반납했다. 이사들이 급전을 마련해 사무실 운영비를 충당하고 있지만 벌써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 그나마 난방비 등 관리비가 많이 드는 겨울이 아닌 것이 천만다행이라며 스스로 위안을 삼을 정도다.
얼마 전 열린 기금모금 연례만찬 직전에는 텅 빈 강정 신세에도 모자라 여기저기서 빌린 급전도 쌓여만 갔었다고. 만찬에서 거둔 수익금으로 빌린 돈을 갚고 보니 다시 무일푼이나 마찬가지가 됐다. 그간의 활발한 활동성과로 정부와 민간재단의 기금을 받아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해왔던 여러
한인단체들도 요즘에는 여기저기서 예산이 중단됐다는 소식을 받아들고 난감해하고 있다. 한인 이민자 대상 영어교육에서부터 직업훈련 프로그램에 이르기까지 곳곳에서 구멍이 나고 있는 것. 게다가 지난해 받았어야 했던 정부지원금도 선 지출, 후 청구 방식으로 운영되는 바람에 이미 지출한 비용 청구 내역 중 아직 절반도 지급받지 못해 자금 운영난을 더욱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열린 한 한인단체의 정기이사회에서도 “이사 회비를 내지 않은 이사들이 거의 대부분”이라며 “협회의 정상적인 운영을 위해서라도 이사들이 회비를 제때 납부해 달라”고 호소했다. 한 대학 동문회도 “회보를 받아보는 동문들이 최근 크게 늘었지만 물가인상과 두 차례에 걸친 우편요금 인상 등 악재가 겹치면서 회보 발송에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며 “지난해 회비라도 회기 마감 이전에 보내 달라”는 호소문을 12일자 e-메일로 일제히 발송했다. 대다수 한인단체들은 워낙 영세하다보니 비영리단체 등록조차 힘든 곳이 많아 세금공제 혜택을 줄 수 없어 더더욱 후원금 유치가 어려운 상황이다. 만찬행사에 광고 후원금을 접수 받은 한 기관이 “광고 수는 전년보다 늘었지만 후원금 규모로는 오히려 전년만도 못하다”는 설명이 이를 대변해준다.
한인단체의 한 관계자는 “요즘 같은 난관을 극복하려면 한인 동포기업들이 회사의 이익을 사회에 환원하고, 종교기관들도 몸집 불리기에 집중하기 보다는 가까운 이웃에 눈을 돌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한인단체를 지원하겠다는 종교단체나 재단, 기관들이 지원금을 여러 기관에 쪼개주는 소위 ‘생색내기’식의 자금 지원이 많아 수혜 단체에 돌아가는 실질적인 도움은 적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그런가하면 몇몇 단체에서 동시에 이사로 활동하는 한 한인은 “요즘에는 나도 먹고 살기 힘든 판국인데 여기저기서 이사 회비를 내라고 독촉하는 통에 여간 부담스럽지 않다. 좋은 뜻을 갖고 활동하는 단체에 관심을 가져달라는 주위의 권유를 거절하지 못해 본의 아니게 여러 곳에 이사 직함을 갖게 됐는데 요즘은 ‘이사를 봉’으로 여기는 분위기 같다”며 고민에 빠진 자신의 입장을 털어놨다.
<이정은 기자> juliannelee@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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