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캐나다의 퀘백주 법원은 초등학교 6학년생인 딸의 졸업여행을 금지한 아버지에게 ‘그럴 권리가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사건의 전말인즉 아버지는 딸이 인터넷 성인교제 사이트에 사진을 올린 것을 발견하고 인터넷 사용을 금지하자 계속 말썽을 부려 졸업여행을 보내지 않겠다는 벌을 내렸다는 것이다.
이에 딸은 ‘아버지의 부당한 벌을 취소시켜 달라’는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미국에서도 학대하거나 체벌을 가한 부모를 고발하는 경우는 심심찮게 보도되고 있으나 이렇듯 부모의 벌까지 맞서겠다고 하니 부모의 권위는 말할 것 없고 자녀에게 벌도 줄 수없는 세상이 되었다.
한인사회의 많은 가정도 크든 적든 자녀와의 문제에 직면해 있다. 불화와 갈등은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에 진학했을 때 시작되는데 이는 정신적, 육체적으로 성인이 되려는 과정으로 누구나 겪는 자연현상이라 볼 수 있겠으나 특히 이민자녀들은 정체성 혼란으로 더욱 진통을 겪게 되어있다. 이때에 부모가 자녀와 어떤 관계를 유지하느냐에 따라 좋은 자녀, 아니면 말썽꾸러기 자녀가 된다.
한국어진흥재단은 지난 9일 미 전국 7개 주 28개 학교에서 선발된 104명의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수여하는 행사를 가졌다. 또한 7월20일부터 약 3주간 서울에서 갖는 한국 언어 및 문화 연수에 참가할 학생들을 모집하고 있다.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 기관인 만큼 경비는 다른 모집단체 보다 최소 30% 저렴하고 무엇보다도 프로그램 내용과 숙식, 환경, 안전, 명소답사 등 모든 면에서 앞선다고 자부하고 있다. 그리고 7월12일부터 7주간 SAT II 한국어시험 준비반을 LA 포함 모두 4곳에서 개강한다.
이렇듯 한국어 진흥재단의 행사 일정들을 소개하는 이유는 자녀들에게 정체성을 확립시켜주고 자녀와 가까워지기 위해서는, 바꿔 말하면 좋은 자녀를 원하는 부모들에게는 한국어를 가르치는 것보다 더 좋은 방법이 없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함이다.
교육관계자들의 말에 따르면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들은 다른 과목에도 우수할 뿐더러 주관이 뚜렷하고 부모와의 사이가 원만하다는 것이다. 의사소통이 자유로워 부모 자식 간에 발생하는 문제들을 일상적으로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장학생 시상식이나 LA 한국교육원의 학예회 발표회 때 만난 학생들의 표정은 하나같이 밝고 생동감에 넘치고 있었다. 일부 학부모들은 “한국말을 조금 하면 됐지 무슨 공부를 더 하느냐, 그 시간에 다른 외국어를 배우는 것이 좋다”라고 말하지만 이는 무지의 소치이다.
한국어는 말을 배우는 것도 필요하지만 글을 배우는 것이 더 중요하다. 나중에 성인이 되어 한글을 읽어도 무슨 의미인지 모른다면 마치 영어회화는 가능해도 영어책은 읽지 못하고 편지 한 장 쓰지 못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자녀가 아무리 좋은 학교를 졸업하고 좋은 직장에 다녀도 부모자식 사이에 대화가 되지 않는 가족이라면 이 무슨 끔찍한 일일까? 한글은 상품 수출이나 한류 보다 더욱 값진 것이고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 각처에서 취업하는데 가장 유리한 비밀병기이며 나아가 가족을 하나로 묶는 지름길임을 깊이 새겨야 할 것이다.
조만연
필가, 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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