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부 기자생활을 하면서 가장 많이 접하는 뉴스는 단연 각종 사건사고이다.
한인 인구가 수십만에 달하는 만큼 불안정한 처지의 한인들이 많은 데다, 총기 소지가 자유로운 환경 탓에 이곳 LA에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한인 관련 크고 작은 사건사고가 발생한다. 사건담당 기자들은 하루라도 한인관련 사건사고가 없으면 경쟁 언론사에 ‘물(낙종)을 먹는 게 아닐까’ 하고 불안해하기 일쑤다.
지난 23일 LA카운티 북부 랭캐스터에서 발생한 한인여성 박영화씨와 자녀 2명 및 백인 형부 등 4명이 한꺼번에 흉기에 피살된 사건은 듣기조차 섬뜩한 끔찍한 사건이었다.
이 사건은 피해자와 용의자 모두 이국땅에서 잘 살아보려고 발버둥 치던 전형적인 이민가정의 일원이었다는 점 때문에 더욱 가깝게 다가왔다.
경찰은 27일 오후 현재까지 범인을 체포하지 못했지만 범인의 윤곽은 어느 정도 드러난 상태이다. 피해자중 한명인 박영화씨 지인들에 따르면 박씨는 첫 번째 남편과 이혼한 후 두 자녀를 데리고 지난 2003년 뉴욕에서 LA로 이주해 왔다.
이곳에서 두 번째 남편인 S모씨를 만나 혼인신고를 한 뒤 함께 살았지만 재혼생활은 평탄치 않았다.
유력한 용의자로 떠오른 S씨 역시 열심히 살던 전형적인 이민자였다.
낮에는 팜데일에서 미용 재료상을 운영했고 저녁에는 LA의 한 술집에서 기타 반주를 하며 미래를 개척했다. 새벽 2시에 퇴근하면 아침에는 골프 연습에 몰두해 골프도 잘 쳐서 지인들은 S씨를 ‘골프 치는 사람’으로 기억했다.
사건 발생 직전부터 연락이 두절된, 박씨의 지인 Y씨도 랭캐스터 일대에서 무술 사범으로 잘 알려진 전도유망한 젊은이였다.
팜데일과 랭캐스터 지역은 지난 수년 동안 부동산 개발 붐이 일면서 많은 한인들이 이주했고 한국의 한 시골마을을 연상시킬 정도로 거주한인들은 한 가족처럼 오순도순 살아가고 있다.
지역사회 한인들은 박씨 일가족의 갑작스런 죽음을 접하고 큰 충격을 받았으며 하루빨리 범인이 붙잡혀 법의 심판을 받기를 학수고대하고 있다.
피해자의 시신들이 발견된 현장을 방문하고 박씨의 여러 지인들을 만나 사건을 취재하며 한꺼번에 4명이 왜 소중한 목숨을 잃어야만 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루아침에 일어난 잔인한 범죄로 박씨의 아메리칸 드림은 산산조각 났고 꽃다운 나이의 어린이 2명은 꿈도 키워보지 못하고 저 세상 사람이 됐다.
하루빨리 범인이 검거돼 피해자들의 넋을 달래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정대용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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