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뒤늦게 ‘서울역 블루스’라는 책을 읽고 다시 한 번 노숙자 문제의 심각성을 알게 되었다.
이 책은 ‘사랑의 전화’ 법인이 ‘달리는 첨단복지정보센터’ 버스를 가지고 서울역 등지에서 노숙하는 실직자들을 도와주면서, 그들의 고통스런 사연과 문제들을 일반 시민들에게 알리기 위해 쓴 것이다.
그 책을 보면 IMF 이후 경제 사정의 악화로 직장을 잃은 그들은 부랑자가 아니다. 30대와 40대가 가장 많은 그들은 “대부분이 일할 의욕이 있고 사지가 건강한 보통 사람들”로서, “단지 배우지 못했고 가진 것이 없으며 힘이 없어 노숙생활을 하게 되었고 노숙생활이 길어지면서 그들이 원치 않으면서도 부랑자로 변해가고” 있다.
저자는 그들이 “조금만 정신적, 경제적 뒷받침이 주어진다면 이 사회 속에서 정답게 어울려 살아갈 사람들”이라고 단언하고 있다.
노숙자들의 가장 큰 애로점은 먹고 자는 일이다. 잠을 잘 수 없는 차가운 지하도나 공원 등이 잠자리이며, 종교단체나 복지단체가 무료급식을 해도 하루에 한 두끼 정도 먹거나 아예 굶는 날이 많다.
많은 경우 이들의 가정은 해체되어 있고, 그들은 가족에게 연락도 못하고 있다. 그들의 대부분은 재취업을 하고 싶지만 안 되고 있고, 외로움과 정신적인 갈등에 시달려도 이를 해소해 줄 사람이 없으며, 의복 세탁이나 목욕도 못하고 있어 도움을 필요로 한다. 그리고 거친 거리 생활에서 얻는 각종 질병으로 일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상황에 빠진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술에 빠지고 자살하고 싶어 한다. 시간이 가도 이들 문제에 대한 관계기관의 체계적이고 복합적인 정책은 나오지 않고 더 많은 실업자와 노숙자들만 양산되고 있다고 한다.
어느 기관이건 사회복지 서비스는 신속성과 전문성을 갖추고 그들의 자립을 목표로 관계를 형성하며 도와야 한다고 본다. 프랑스의 ‘엠마우스’처럼 주거지를 제공하면서도 자립 공동체의 일원이 되어 폐품 재생 등 생계 수단을 마련하고 더 어려운 이웃을 돕도록 하는 민간단체도 많이 생겨야 하며, 관계 당국은 노숙자들의 일자리를 만드는 방법을 논의하여야 할 것이다. 그들을 사회와 격리된 곳으로 보내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 안에서 함께 일하고 나누고 살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
우리는 누구라도 실직되면 노숙자가 될 수 있는 자본주의 사회 구조와 복지 정책의 부재 속에서 살고 있다. 그래서 실업자와 노숙자의 증가는 모두의 문제이다.
노숙자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은 누구나와 같이 일과 사랑이다. 직장과 가정을 박탈 당한 이들에게 사회와 이웃은 적어도 그들을 돕겠다는 정서적 지지와 정보 안내, 구직, 숙식 제공의 도움을 주어 그들이 재기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그들은 본디 “거친 부랑인이 아닌 소박하고 아름다운” 우리 사회의 일꾼이며 성실하고 귀중한 국민이기 때문이다.
이연행
불문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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