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주부들 남편보다 2배 많아
3명중 2명이 배우자 서로 의심
불경기가 오래 지속되면서 배우자 모르게 딴 주머니를 차는 이른바 ‘비자금’을 챙기는 부부들이 늘고 있다.
본보가 20명의 한인 기혼남녀를 대상으로 비자금 소지 여부를 파악한 결과, 응답자의 절반 이상인 11명(55%)이 배우자가 모르는 딴 주머니를 갖고 있다고 답했다. 특히 경제권을 쥐고 있다는 남편들보다는 맞벌이 아내 또는 전업주부 아내들이 비자금을 갖고 있는 경우가 2배 더 많았다. 이는 주로 남편이 가정경제를 책임지는 한국인 가정의 재정적 구도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배우자가 모르는 비자금을 갖고 있다는 한인 부부들은 “불경기로 살림이 빠듯해질수록 개인용돈이나 씀씀이가 궁해지다보니 비자금의 필요성이 더더욱 절실해진다”는 공통된 이유를 제시했다.
지난해 결혼한 30대 한인여성 김모씨는 “결혼 전 갖고 있던 개인통장을 비자금 관리계좌로 사용하며 매달 300달러 정도를 남편 몰래 저축해오고 있다. 남편은 물론 내가 결혼 후 오픈한 부부 공동계좌로 개인계좌를 합친 것으로만 알고 있다”고 말했다.
비자금은 샤핑을 싫어하는 남편 몰래 필요한 물건을 구입하는 일에 사용하기도 하지만 불경기로 재정형편이 어려워진 친정 부모가 언제 급전을 필요로 할지 몰라 응급시를 대비한 목적이 더욱 주요하다고. 아무리 부부사이라도 친정집을 돕는다며 돈 문제를 꺼내기는 왠지 껄끄러울 것 같기 때문이란다.
결혼 16년차인 40대 주부 강모씨는 “아무리 불경기라도 비자금은 일종의 나를 위한 투자라고 본다. 가족도 중요하지만 아내, 엄마의 자리가 바로 서야 가정이 바로 선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런가하면 30대 가장인 노모씨는 “생활이 너무 빠듯해서 비자금은 꿈도 꾸지 못한다. 하지만 얼마 전 속도위반 티켓을 받아 수백달러의 벌금을 냈을 때에는 아내에게 말을 꺼내기조차 미안했다. 비자금이라도 있어 그걸로 해결했더라면 가뜩이나 얇아진 주머니로 시름이 깊은 아내에게 공연한 걱정거리를 안기지는 않았을텐데…”라며 아쉬움을 표했다.
비자금을 몰래 관리하는 방법도 가지가지다. 우편함을 직접 관리하며 은행거래 내역서가 노출되지 않도록 하거나 집에서 청소하다 들통이라도 날까 싶어 아예 사무실 서랍에 몰래 보관하는 경우도 있다.흥미로운 점은 비록 자신도 배우자 몰래 비자금을 갖고 있지만 자신의 배우자도 자신이 모르는 비자금을 갖고 있을 것이란 응답이 3분의2를 차지했다.
하지만 비자금을 갖고 있든 없든 대부분의 부부 비자금은 결국 자기 자신보다는 가족들을 위해 쓰인다는 것을 경험으로 터득한 바 있어 설령 자신이 모르는 비자금을 배우자가 갖고 있다고 해도 그리 서운하지 않다는 의견이 절대다수를 차지했다.
<이정은 기자> juliannelee@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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