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초 파운틴밸리에 위치한 현대모터아메리카(HMA)를 방문해 존 크래프칙 제품개발 부사장을 인터뷰한 일이 있다. 인터뷰를 시작하며 가장 먼저 던진 질문은 ‘현대차의 낙후된 이미지를 어떻게 제고할 것인가’였는데 되돌아온 답은 ‘현대차는 이미 미국시장에서 좋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였다. 단 ‘한인 시장’만 빼고.
1986년 2월 현대차의 고유모델 포니 엑셀을 선적한 올리브에이스호가 플로리다 잭슨빌 항에 입항한지 22년이 지났다. 그동안 현대차는 괄목할 만한 성장을 거듭해왔다. 1980년대 후반 기술력 부족과 품질관리 실패로 장기간 부진을 겪기도 했지만 1991년 자체 개발한 ‘알파엔진’과 트랜스미션을 내놓으며 미국시장 재도약에 성공했다. 특히 1998년 내놓은 10년 10만 마일 워런티 정책은 미국 자동차시장에서 상당히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현대차 성공기’는 올해 연이어 들려오는 수상소식으로 절정에 달한 듯하다. 에드먼즈 닷컴, JD파워, 오토퍼시픽, 포브스, TQI, 마더프루프닷컴 등 각종 소비자 평가기관과 자동차 전문매체에서 실시한 평가에서 현대차는 매번 리더보드에 이름을 올리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이러한 성공과 성취에도 불구하고 한인들은 여전히 현대차를 비롯한 한국산 자동차에 대한 싸늘한 시선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현대차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판매에서 한인이 차지하는 비율은 2.4%선. 히스패닉, 흑인 등 타민족들의 현대차 사랑이 오히려 높다.
한인들은 현대차를 포함한 한국산 자동차가 ‘품질이 낮고 고장이 잦으며 중고차 값이 없기 때문에’ 구입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하지만 실제 수치는 좀 다르다.
크래프칙 부사장에 의하면 현대차의 중고차 평균 잔존가치는 지난 3년 사이 10%가까이 상승했다. 현대차의 대표 모델인 아제라와 베라크루즈의 신차 구입 후 3년 잔존가치는 각각 43%와 48%로 럭셔리 브랜드인 BMW(7시리즈 40%), 아우디(A6 41%), 인피니티(FX시리즈 44%)의 대표 모델과 비교해도 높다.
HMA 이원희 재정담당이사는 “한인들은 한국산 차량을 구입해주는 고객이기 이전에 한국산 차량을 미국시장에 소개하는 잠재적 홍보직원”이라며 “한인들이 우리 자동차에 대해 자부심을 가질 때 우리 기업들도 비로소 세계 정상에 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타민족 커뮤니티에서 인정받고 있는 현대차에 미주한인들이 합격점을 주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현대차가 풀어야 할 숙제이다. 한인 소비자들에게 그 우수성을 알리고 한국산 자동차에 대한 자부심을 심는 것이 미국 시장에서 인정받은 현대차의 다음 과제이다.
심민규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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