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했던 옛날 이야기 하나.
가을이 되어 감사절이 오면 그 날은 우리 교회 크리스마스 다음 가는 큰 잔칫날이었다. 우리 어머니는 감사절에 식혜를 담그시는데 밤새도록 부엌을 드나드시면서 큰 가마솥에 가득 교회 바칠 감주와 우리 식구들 먹을 감주 솥뚜껑 여는 소리, 닫는 소리, 밤공기는 제법 차가운데 내 마음은 아버지 옆에서 따뜻하기만 했다.
그때는 지금처럼 돈으로 감사하는 성도는 없었고 밤, 대추, 감, 사과, 배, 찰떡, 엿, 곶감, 햅쌀, 어떤 가정은 북어 말린 것도 바치고 강대상 앞은 가을의 풍성한 곡식과 과일, 떡으로 가득 메워졌었다. 어른들보다 먼저 예배드리던 우리는 유년 주일학교가 끝나는 대로 선생님이 우리를 나란히 나란히 앉혀 놓으시고 치맛자락에다 과일이랑 떡을 나누어주신다. 평소 주일에는 그리도 재미있던 선생님 말씀이었지만 감사절 주일에는 내 마음과 눈이 강대상 앞에 가득 차려진 떡과 과일에만 쏠려있었다.
“하나님은 나의 목자시니 내게 부족함이 없으리로다.” 크게 소리소리 지르며 노래 불러도 마음은 눈앞에 있는 곶감에 있었다. 먹을 것이 귀하던 때였다. 선생님은 나란히 앉은 우리들 치마폭을 펴게 하고 사이로 지나시면서 골고루 사과 하나, 감 하나, 밤 두 알, 배 한 조각, 떡 등을 우리 치마폭에 담아주셨다. 나누어주신 선물 받아 집에 와서 마루에 펴놓고 언니들 좀 주고 할머니 입에도 넣어드린다. 입으로 받은 떡을 오물오물 하시면서 “우리 순종이가 교회서 맛있는 거 얻어왔구나”하시면서 할머니는 작은 조각이라도 크게 받으시며 놀라워하시며 행복하셨다.
엄마는 큰 물동이에 하나 가득 감주를 담아 머리에 이고 교회 강대상 앞에 갖다 놓으신다. 교회 목사님 부인이 우리 엄마 보고 “아이구, 이렇게 큰 동이에 가져 오셨네요. 무거웠을 텐데.” 그러자 우리 엄마 대답이 “괜찬심더. 온 교인이 한 모금씩이라도 맛보셔야지요.” 성도님들이 감주를 좋아해서 엄마가 바친 감주 동이는 잠시 후 동이나버린다. 단 것이 귀하던 때라 감주가 제일 인기가 있었다.
감사절 전날 밤에는 아버지 옆에 붙어 누워 자는 척하지만 밤이 늦도록 엄마의 솥뚜껑 여는 소리, 닫는 소리, 바쁘게 부엌으로 방으로 들락거리는 엄마의 치맛자락 스침은 나를 잠 못 들게 하는 행복의 꿀방울이었다. 그 뿐 아니라 지금 우리집에 잔치가 벌어지고 있고 내일 교회는 더 크고 푸짐한 잔치가 있을 것을 생각하며 잠이 오지 않았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