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과학자 피터 글레이저는 1968년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에 우주태양광발전이라는 개념을 발표했다. 지상 3만 6000㎞의 정지궤도에서 인공위성으로 태양에너지를 모아 극초단파 형태의 전자파 빔을 지구로 쏘면 지상 안테나로 받아 전기로 변환·배전하는 혁신적인 방식이다. 지상과 달리 우주 공간에서는 밤낮 없이 햇빛을 받을 수 있다. 과학계에서는 극초단파가 아닌 레이저빔으로 에너지를 지상에 전송하는 방안도 제안됐으나 실용화에 이르지 못했다.
■기술 돌파구는 미국이 먼저 열었다. 캘리포니아공대 연구진이 2024년 우주 공간에서 위성으로 태양광발전을 해 극초단파로 지상까지 송출했다. 이듬해 8월에는 미국 국방부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이 레이저빔을 공중의 거울로 반사시켜 8.6㎞ 떨어진 태양광 패널까지 쏴 전기를 생산하는 시험을 마쳤다.
■이제는 빅테크까지 뛰어들어 기술 실증을 넘어선 상용화에 시동이 걸렸다. 스페이스X를 창업한 일론 머스크가 이달 초 100만 개의 위성을 띄워 태양에너지로 가동하는 우주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이 회사가 로켓 재활용 기술과 초소형 위성 대량생산 체계 등을 융합하면 우주태양광발전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다. 우주 데이터센터에서 쓰고 남은 전기를 지상으로 보낸다면 에너지 산업 판도도 바꿀 것이다.
■다른 주요국들도 뛰어들었다. 일본은 2030년대 1GW 규모 우주태양광발전을 개시할 예정이다. 중국은 2028년 우주정거장 텐궁으로 기술 실증에 나선다. 유럽연합(EU)은 2030년 실증, 2040년 상용화 목표를 세웠다. 만약 위성 태양광발전으로 만들어진 레이저빔이 전력 송출뿐 아니라 탄도미사일 요격, 지상 목표 타격 용도로 발사되면 세계 안보 질서를 뒤흔들 수 있다. 우주 공간의 군사적 이용을 금지한 국제 우주 조약이 있지만 유엔이 약체화돼 실효성이 불확실하다. 그런데도 주요국 중 한국만 개념 연구 수준의 걸음마를 걷고 있다. 경제·안보 차원에서 산·관·학·군이 힘을 모아 연구해야 한다.
<민병권 / 서울경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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