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솝 우화 중에 당나귀 이야기가 있다. 길가는 사람들이 아들이 당나귀를 타면 아버지를 태우라 하고, 아버지가 타면 아들이 타야 한다고 해서, 아들과 아버지가 같이 타니 또 흉을 봐서 결국 아무도 당나귀를 타지 못했다는 얘기이다. 그 이야기가 요즘 자꾸 생각난다.
사람들은 나의 산장생활을 보고 “불편해서 어떻게 사느냐”고도 하고 “조용히 전원생활을 잘하고 있다”고도 한다. 우리가 이민 올 때 말리는 사람들과 부러워하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권유하는 의견들이 상반되었어도 다 일리가 있었다.
도심지에서 벗어난 만큼 산장생활은 좀 불편한 점도 있지만 아직은 산장생활이 좋고, 떠나온 탓에 한국에서 있었을 좋은 기회를 놓친 것이 아쉬워도 이민은 잘 선택한 것 같다. 세상 어디나 안전한 곳 없고 세상살이에 완전한 만족은 없다.
우리가 이민 올 때 “공직에 있던 사람이 나라를 떠나는 것은 국가에 대한 배신”이라며 가장 반대했던 친구가 있었다. 아이 셋을 S대학에 입학시키느라 청춘을 바치며 굳건히 나라를 지킨다던 그 친구가 지금 와서는 아이들 더 늙기 전에 떠나고 싶다며 미국을 기웃거리고 있다.
그 친구에게 “너는 한국에서 사는 것만이 애국으로 알았으니 끝까지 서울에서 살라”고 약을 올리며 웃었지만 “한국이 내 나라가 아닌 다른 나라 같이 느껴진다”는 친구의 볼멘소리가 짠하게 내 귓가를 떠나지 않는다.
‘윤동주 문학의 밤’ 행사에 대해서도 의견이 갈리기는 마찬가지다. “불경기에 개스 값도 올라 삶의 무게에 짓눌려 있는 사람들에게 무슨 ‘윤동주 문학의 밤’이냐?”라는 말도 듣고 “이럴 때 하룻밤 세상시름 다 잊고 해방의 감격을 되새기며 민족시인의 시를 감상할 수 있어 고맙다”는 인사도 많이 듣는다.
같은 일을 두고도 처한 환경과 견해에 따라 생각이 확연히 다르다.
내가 가끔 현실에 관한 내 의견을 피력하면 문인이 웬 정치 얘기냐고 하고, 시와 함께 서정적인 산장생활을 쓰면 혼자 청산에서 팔자 좋은 소리하고 있다며 빈정거리는 사람들도 있다.
나는 정치활동은 원치 않지만 현실 참여는 해야 한다는 것이 내 생활철학이다.
우리 산장 중앙에 큰 성조기가 걸려 있다. 한국에서 온 친구 목사가 성조기 옆에 왜 태극기를 달지 않느냐며 나를 비난했다. 그는 미국을 싫어하면서도 자주 들락거리고 반미를 애국으로 아는 사람이니 그 성조기가 보기 싫었을 것이다.
나는 그의 의도를 알기 때문에 미국 시민의 땅에 성조기가 당연하지 않는가, 어떤 일이 애국인지 누가 더 모국을 사랑하고 있는지는 양심이 알고 그 결과가 증명할 것이라고 했다.
태극기 가슴에 품고 성조기를 흔들거나 성조기 안고 태극기를 흔든들 뭐 그리 대수인가. 내 조상과 부모와 내 몸의 피가 내 아들의 몸에도 감돌고 있다.
나 한 개인의 일에도 이렇듯 견해와 시각에 따라 완전히 다른 의견이 나오는데 하물며 국가 정세에 관한 국민들의 판단이야 오죽 다양하랴. 그렇기는 해도 한국은 지금 미군에 의한 사고사와 북한군에 의해 서울에서 간 금강산 관광객이 피격 사망한 사건의 차이를 구별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다.
한 민족이며 동족이라는 말로 평화를 외치는 사람들에게 그 답을 듣고 싶다.
예로부터 침략자들은 조정이나 정부가 혼란할 때 침범했고 특히 일본과 중국이 그랬다. 이런저런 시위로 진을 빼서 약한 정부를 만들면 정부가 무슨 힘으로 외교활동을 하겠는가. 문제가 독도뿐일까? 제발 그만했으면 좋겠다.
공직자는 우선 청렴결백해야 한다. 그러나 세상에 의인은 하나도 없다는데 누구든 말만 타면 손가락질하고 돌을 던져 낙마시켜 일꾼들의 손을 묶는데 과연 돌을 던질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그럼 누구를 어느 말에 태워야 하나.
이성호
시인·RV 리조트 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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