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이것저것 문제가 많다. 집값은 계속 내리막길에 은행들은 문을 닫거나 합병되고 회사에서는 감원이 늘어나고 생필품가격은 하루가 멀게 오르고…그야말로 불황일까 싶은 느낌이 하나 둘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개스값이 비싸서 먼 거리로 출근하는 사람들은 회사를 옮길 고민까지 하고, 차는 두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경우도 많다. 가만히 집안에 있는 것이 절약이라는 말이 나오는 실정이다.
이 상황에서 집을 산다거나, 직장을 옮긴다거나, 차를 산다거나 하는 것은 어쩌면 불난 집에 기름을 붓는 격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분명 있다. 예전보다 훨씬 어려워진 이 마당에 도 집을 사는 사람은 있고, 직장이 어렵다는 이 상황에도 더 좋은 직장으로 옮기는 사람이 있다.
광고를 기획하고 준비하는 과정에 우리는 시장을 분석하고 상품이 처한 상황을 보곤 한다.
그 상황에 언제나 떠오르는 말은 바로 ‘문제가 기회’라는 사실이다. 겉으로 보기엔 문제인 것 같지만 잘 생각해 보면, 다른 면을 찾아보면, 오히려 이 상황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오래 전 한국에서 웰컴이라는 광고회사가 엄청난 바람을 일으킨 적이 있다. 그 광고회사는 그저 광고주를 기분 좋게 하는 광고보다 광고주가 처한 위기상황에 정면으로 부딪쳐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기회로 삼는 장점이 있다고 알려졌었다.
그 예로 대우 레간자 자동차의 ‘소리가 차를 말한다’ 광고는 대우 자동차가 소음이 많다는 소비자들의 불만을 발판으로 한 것이었다. 그래서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고, 그 광고로 시장에 적중했었다. 제품들이 처한 상황을 꿰뚫어 보고 문제를 기회로 탈바꿈 시켰던 것이다.
요즘 세상을 보면 이 말이 실감난다. 회사들이 어려워지며 감원이 늘어나는 마당에도 자기 자리에서 최선을 다한 사람들은 더 좋은 곳에서 스카웃 제의가 오기도 한다. 생필품 가격이 날마다 올라 시장가기가 무섭다는 주부들은 오히려 이때를 기회로 마당에서 야채를 길러보고 김치를 담는 연습을 하며 식구들에게 큰 소리를 칠 수도 있다.
결국 우리 사는 생활은 언제나 똑같았다. 경제가 아무리 활황이라고 해도 나 스스로가 준비되어있지 않으면 그것은 산 너머 불구경이나 마찬가지다. 닷컴 열풍에 수많은 사람들이 주식부자가 되었던 때에도 다른 한편에서는 문 닫는 회사, 빚더미에 앉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리고 그때 주식으로 엄청난 부자가 되었던 사람도 제때 팔지 않아 휴지조각만 챙긴 사례도 많다.
반면 남들보다 뒤떨어져 보이더라도 조용히 제 할일 열심히 하고 꾸준했던 사람들은 부침에 흔들리지 않을 수 있었다.
자고 일어나면 이 문제 저 문제가 터지는 지금, 우리에게는 문제를 어떻게 보고 대처할 것인지가 숙제이다. 남의 소리 안 듣고 내 할일만 하자는 얘기가 아니다. 필요한 정보 요긴한 방법들은 배우고 적용하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상황이 이러니까, 이게 문제니까 안 된다, 못한다는 생각은 멀리했으면 하는 것이다.
나는 요새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훨씬 많아져서 하루하루가 별다르지 않다. 직업시장이 안좋은데 이렇게 있어도 되나 싶은 불안한 마음이 생기다가도 이때를 기회로 하고 싶었던 것들을 하고, 배우고, 아이 학교에 더 얼굴을 들이미는 엄마가 되려고 한다.
비싼 개스값 문제는 더 걸어 다니고, 집안에서 할 일을 더 많이 찾는 기회로 삼는다. 물가가 올라서 문제라면 이참에 내 소비행태를 돌아보고 알뜰해지는 연습을 하는 기회로 삼는다. 또 하나, 머리가 복잡하거나 너무 단순해졌다면, 앞에 놓인 문제들이 어떤 기회로 바뀔 수 있는지 생각해보는 기회로 삼는 것도 좋겠다.
유정민 카피라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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