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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산더 콜더의 작품: Hats Off
웨스트체스터 통신(노 려 통신원)
올 여름도 제대로 휴가 한번 못가고 지나가버릴 것 같은 예감이 드는 오후, 마침 우리 집 뒷마당처럼 가까운 곳에 자리 잡고 있는 조각공원이 떠오른다. 펄체스 뉴욕주립대학(SUNY PURCHASE) 바로 맞은편에 펩시콜라 본사가 있는데 이곳에 있는 ‘조각공원’은 흔히 그저 ‘펩시코’라고 불리우기도 한다.
이 근교에 사는 주민들이나 시내에서 일하거나 사는 사람들은 일을 끝낸 후 곧장 차를 이 곳 펩시코 조각공원으로 발길을 돌려도 좋을 것 같다. 나무들 사이의 작은 주차장에 들어서면서부터 벌써 가슴이 탁 트이는 기분이 들 정도로 공기가 싱그럽기 때문이다.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정신없이 살 무렵, 미술대학을 다니던 이웃의 어느 학생이 아주 가까운 곳에 좋은 조각공원이 있다고 말하면서 아이들을 데리고 샌드위치를 싸가지고 한번 가보세요 하며 가볼 것을 권했다. 하지만 내가 이곳에 가보게 된 것은 이보다 훨씬 뒤인 하츠 데일에 사는 원로 화가 김병기씨를 따라갔을 때다.
전혀 유명하지 않은 장소에 이렇게도 유명한 작품들이 많이 모여 있다는 것에 놀란 나는 그 후 한국의 여러 잡지에 이곳을 소개했었고 다른 지방이나 한국에서 손님이 오면 으례 이곳에 함께 오곤 했다. 주차장에서부터 시작되는 오솔길을 따라가다 보면 우선 맞닥드리는 알렉산더 콜더(Alexander Calder)의 빨간색의 거대한 작품(제목:Hats Off)에 깜짝 놀란다. 맨하탄 소니 빌딩 앞의 작품과는 그 크기가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큰 이 새빨간 철물조각은 주병의 초록과 강한 대비를 이루며 이제부터 전개될 장면의 전초전이 된다.
이곳의 정식 이름은 도날드 캔들 조각 정 모(The Donald M. Kendall Sculpture Garden). 펩시콜라의 사장이었던 캔들씨는 일찍이 1965년. 창조적이고 실험적인 비전을 나타낼 수 있는 펩시콜라의 이미지를 보여주는 환경을 만들고저 했다. 현재 168에이커에 달하는 대지에 넓은 잔디와 다양한 나무와 호수로 이루어진 이곳은 45개의 조각 작품 뿐만 아니라 식물원을 방불케 하는 아름다운 작은 정원까지 갖춘 훌륭한 야외 미술관이다. 버드나무 늘어진 호수가에서 부터 멀리 숲 속 사이에 또는 건물 옆에... 헨리 무어, 미로 조기시걸, 클래스 올덴버크, 로뎅, 이사무 노구치, 쟝 뒤비페 등 보통 사람들도 다 알만한 세계적인 조각가의 작품들이 자리잡고 있다.
한가한 대낮에 한껏 자연을 맛본 할머니는 의자를 들고 천천히 걸어 나오고 있었고 일과를 끝내고 유모차에 아이를 데리고 나온 젊은 부부는 지금부터 한창 공원의 분위기를 즐기려는 분위기다. 펩시 본사 건물에 딸린 야외 레스토랑에서는 음악이 흘러나오며, 넓은 잔디에 새하얀 곡선을 그리며 뿜어내는 수십 개의 스프링클러는 또 하나의 조각 작품처럼 보였다.
이곳에는 ‘작품에 손대지 마세요’란 팻말도 없고 간간히 놓여진 벤치와 테이블에서는 얼마든지 음식을 먹을 수 있으며, 새벽 7시 직원들이 출근하는 시간부터 저녁 7시까지가 오픈시간이지만 7시가 지나도 나가라고 하는 사람이 없다.
무엇보다 특별한 것은 입장료가 없다는 것이다. 말없이 잔디를 걸으면서 오리들을 바라보며 아르날도 포모도로(Arnaldo Pomodoro)의 원시시대 조형물과도 같은 원통기둥 작품을 바라보면 자연과 예술, 그리고 인생을 향해 뭔가 모를 색다른 기원의 마음을 갖게 된다. 아울러 멀리서 오는 손님들이 아니라 바로 이 근처에 다람쥐 쳇바퀴 돌듯 살고 있는 한인들의 분주한 모습이 떠오른다. 특히 어느 곳이든 휴가를 가볼 생각이나 엄두도 못 내고 불경기에 정신없이 살고 있는 나와 같은 맹렬한 사람들, 혹은 방안에 모여앉아 말로 스트레스를 풀고 또 말로 스트레스를 쌓곤 하는 나와 같은 한인들에게 눈길을 한번 돌려보면 이와 같이 딴 세상을 맛볼 수 있음을 알려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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