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가 또 다시 싸움에 휘말렸다. 정확히 표현하면 교회 내 싸움이 또 다시 격해져서 담장 밖까지 고성이 터져 나왔다. 경기침체로 침울한 커뮤니티에 복음의 단비로 생기를 불어넣어야 할 교회가 이전투구로 정서적 공해를 양산하고 있으니 이러고도 교회가 영혼의 방주라고 자부할 수 있을 지 의심스럽다.
이번에 고성이 터져 나온 교회는 LA의 동양선교교회이다. 임동선 원로목사 측과 강준민 담임목사 측이 4년째 대립하고 있는 이 교회에서 지난 3일 예배 중 소동이 벌어져 경찰이 출동하고 임목사측이 강 목사의 사퇴를 강력히 주장하면서 사태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양측은 담임목사의 교회운영 방식을 둘러싼 이견과 재정비리 의혹, 소속 목회자의 이단 논란 등을 쟁점으로 끊임없이 반목, LA 수피리어 법정에 2건의 소송이 계류 중인 상태이다.
한인사회는 이제 ‘교회싸움’하면 고개부터 절레절레 흔든다. 믿음의 형제니 자매니 하던 교인들이 둘로 갈라져 으르렁 거리다가 몸싸움을 벌여 경찰이 출동하고, 결국 법정까지 가서 철천지원수가 되고 마는 과정을 지겹게 보아왔기 때문이다.
근년 교회 내분이 특히 잦은 것은 목회자들의 세대교체와 상관이 있다.
70-80년대부터 수십년 교회를 이끌어온 목사들이 은퇴하고 후임목사가 들어서는 과정에서 갈등들이 터져 나오는 것이다. 새 리더십을 둘러싼 주도권 다툼과 천문학적 숫자로 불어난 교회 자산·예산을 둘러싼 재산권 싸움, 거기에 신앙노선에 대한 이견이 겹쳐 세상의 어떤 이익집단보다 극렬하게 교회들이 싸움을 하곤 한다.
교회가 이래야만 하는가. 근본대책이 필요하다. 물론 가장 시급한 것은 신앙공동체로서의 정체성 회복이다. 목회자와 평신도 지도자들부터 스스로를 낮추는 겸손과 원수까지도 품어 안는 사랑을 갖춰야 하겠다. 이어 현실적으로 필요한 대책은 제도적 장치이다. 교회법을 분명하게 공표하고 누구도 함부로 원칙을 뒤흔들 수 없도록 준법의 전통을 세워야 한다.
담임목사, 장로 등 교회 지도자들의 임기제, 은퇴 후 원로목사의 거취 등을 교회법으로 정하는 문제도 생각해볼 일이다. 교회 갈등의 많은 부분은 ‘내 교회’ 의식과 상관이 있다. ‘내 교회’ 의식이 교회발전에 크게 기여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교회의 사유화 의식을 만들어 내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이를 예방하는데 임기제가 역할을 할 것이다.
교인들이 교회에 가면서 바라는 것은 단순하다. 조용히 예배드리고 마음의 안식을 얻는 것이다. 교회가 언제까지 이런 소박한 바람을 외면할 것인가. 교회가 정신적 지주로서의 본분을 빨리 되찾을 것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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