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부터 시작되는 훈갤러리와 이스트빌리지 D9 갤러리 개인전을 통해 자신의 작품을 뉴욕에 처음 선보이는 화가 이주연씨는 현재라는 시제와 미국이라는 공간을 한국적 전통과 접목시키는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작가는 “동양화를 전공한 배경과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은 내 작품의 주제와 내용을 결정하는 데 있어 늘 핵심적인 요소가 된다”며 “이런 요소들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재창조하는 것이 궁극적인 작가로서의 목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에서 작업하는 한인 화가가 자신의 작품을 ‘동서양의 접목’이나 ‘한국적인 것의 재창조’라는 말로 설명할 경우 상투적인 표현으로 받아들여질 위험성이 있다. 굳이 인종이 드러날 필요가 없는 캔버스 안에서조차 모국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것은 상업적인 오리엔탈리즘이나 재능의 부족으로 비쳐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씨의 몇몇 작품들은 아직 100% 완성되지 못한 실험의 분위기를 풍기면서도 흔히 접하지 못했던 ‘새로운 동양화’의 가능성을 느끼게 해준다. 격자 무늬를 비롯한 갖가지 문양들은 한국인에게는 즉각적인 친근감을 주지만 외국인 관객에게는 오히려 “지극히 모던하다”는 평가를 이끌어낸다. 한지를 뛰어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회화와 조각의 경계를 넘나드는 소재도 이색적이다.
시카고의 순수 예술 명문 학교 ‘시카고 스쿨오브 아트 인스티튜트’( The School of the Art Institute of Chicago)에서 석사학위를 마친 이씨는 “일종의 플라스틱 종이라고 할 수 있는 ‘신트라’를 사용한 것은 대학원 시절부터”라며 “신트라 위에 발라지는 붓의 질감이 마음에 들어 계속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화여대 재학시절 대학원까지 포함해 6년 동안 ‘동양화 학도’라는 이유로 엄격하게 한지만을 사용해야 했던 이씨에게는 미국에서의 유학을 통해 자유로운 실험을 마음껏 해온 셈이다. 특히 ‘두 조각(Two Piece)’ 연작들은 여전히 동양화의 느낌을 잃지 않으면서도 순수 추상화의 영역으로 크게 확대되는 이씨의 작품
세계를 보여준다. 이주연 작가는 이번 전시회가 “전통은 과거 속에 사라진 유산이 아니라 현재를 규정하고 미래를 만들어가는 의미와 가치가 됨을 보여주는 이번 자리”가 되길 바랬다. 전시는 21일까지. 문의: 212-594-1312 <박원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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