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가주 한인사회에서 또 끔찍한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16일 새벽 한인타운의 한 스킨케어 업소가 불타면서 업주 제인 김(49)씨와 그와 동거 중이던 유민수(49)씨가 불탄 사체로 발견되었다. 구체적 진상은 아직 수사 중이지만 정황상 유씨가 김씨를 살해, 방화 후 자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최근 두 사람이 자주 다투었고 유씨가 “불 질러 같이 죽겠다”는 말을 하곤 했다는 주위의 증언이 혐의에 무게를 주고 있다.
한인사회의 가정폭력이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죽이는 것도 모자라 불까지 지르는 잔인한 사건이 2개월 사이 벌써 두 번째이다. 지난 6월말 랭캐스터에서는 30대 한인여성과 두 남매, 그의 백인 형부 등 일가족이 살해된 후 불탄 사건이 발생, 여성의 전 남편이 체포 수감된 상태이다.
미국에서 살해되는 여성의 61%는 가정폭력 희생자들이다. 결혼 혹은 사실혼 관계에 있던 남성의 손에 여성이 살해되는 경우가 낯선 남성에 의해 살해되는 경우보다 9배 이상 많다. 사랑하고 믿었던 관계가 깨어지면서 분노와 배신감에 증오가 걷잡을 수없이 폭발한 결과이다.
이혼과 재혼, 동거가 흔해지면서 흔들리는 가정이 많다. 가정이 흔들리면 폭력의 위험 또한 높아지기 마련이다. 결혼하는 부부 두세 커플 중 한 커플은 이혼하는 것이 현실이고, 이혼을 전후해 양자 간 갈등이 극에 달하면서 가정폭력으로 이어지는 경우들이 있다. 랭캐스터 사건 역시 재혼이 다시 이혼으로 끝나면서 양측의 감정이 극도로 나빠진 상태에서 일어났다.
미국에서 초혼의 이혼율이 40%라면 재혼 실패율은 70%가 넘는다. 재혼은 재산, 자녀, 전 배우자와의 관계 등 갈등 요소가 많은 데다 이전 결혼에서의 상처가 문제로 작용, 실패 위험이 훨씬 높다. 이렇게 불안정한 가정들이 많을 때 요즘처럼 경기까지 나쁘면 가정 내 갈등은 더욱 악화한다. 이번 스킨케어 업소 방화사건의 용의자도 상대 여성에 대한 의심과 아울러 최근 사업상 어려움으로 스트레스가 심했다고 한다.
세상에 갈등 없는 가정은 없다. 하지만 갈등이 폭력으로 이어지는 것은 정상이 아니다. 분노나 배신감이 아무리 깊어도 정신적으로 건강하면 폭력에 의존하지 않는다. 분노로 고통을 받는 것과 분노로 눈이 머는 것은 별개이다. 가정폭력은 치료가 필요한 정신질환이다. 피해자의 인내는 미덕이 아니다. 반드시 외부에 알리고 전문기관에 도움을 청해야 한다. 한인사회에서 같은 비극이 또 다시 일어나기 않기 위해서는 피해자는 물론 커뮤니티가 가정폭력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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