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장고 끝에 조셉 바이든 연방 상원의원을 러닝메이트로 결정했다. 자신의 약점인 경험 부족과 국제 감각 결여를 보완하면서 백인 남성을 끌어안는 등 답보 상태에 빠진 지지율을 올리려는 고심의 일착 같다.
그렇지만 역대 선거를 보면 부통령 후보가 대선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 대통령 선거는 부통령이 아니라 대통령을 뽑는 선거이기 때문이다. 대선을 결정하는 가장 큰 요인은 예외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경제다.
유권자들은 먹고사는데 불만이 없으면 대체로 집권당에 한 번 더 기회를 준다. 76년 유가 파동 속에서 치러진 선거에서 포드는 신출내기 카터에 졌고 역시 스태그플레이션 하에서 치러진 80년 선거에서 카터는 레이건에 졌다.
84년과 88년 호경기 속에서 공화당은 연속 집권에 성공했고 92년 아버지 부시는 걸프전에서의 압승에도 불구, 불경기에 발목을 잡혀 한참 후배인 클린턴에 졌다. 96년 호경기 때 클린턴은 여유 있게 도울을 따돌렸고 2000년 주가 폭락과 함께 고어는 현 부시에 패배했다. 2004년 호황 속에 부시는 케리를 물리치고 재선에 성공했다.
이런 일반적인 관측은 주가와 대선과의 관계를 조사한 보고서를 통해서도 확인되고 있다. S&P사의 수석 전략가인 샘 스토벌은 대선이 있는 해 8월부터 10월까지 주가 동향과 대선 결과에 대한 상관관계를 연구했다.
지난 80년간 20차례의 대선이 있었는데 이 기간 14번 주식이 올랐다. 이 때 집권당이 승리한 것은 11번이다. 반면 6번 주식이 내린 경우에는 야당이 5번 이겼다. 주가 동향으로 대선 결과를 80%는 알아맞출 수 있음을 보여 준다. 주식 대선 예보기는 84년 이래 한 번도 틀린 적이 없을 정도로 근래에 들어서는 더욱 정확해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공화당이 비즈니스에 가까운 것으로 돼 있지만 주가는 오히려 민주당 집권 하에 더 오르는 경향이 있다. 주가는 역대 공화당 정권 하에서 평균 7.6%, 민주당 정권 하에서 10.7% 올랐다.
주식 못지않게 선거 결과를 가늠하게 해주는 것은 실업률이다. 지난 다섯 번 선거 중 실업률이 6%가 넘은 상태에서 집권당이 이긴 것은 단 한번뿐이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 매케인은 지난 수개월 사이 오바마를 많이 따라잡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에서는 이것이 미국인들이 오바마의 경험부족을 뒤늦게 우려하기 시작했으며 매케인의 네거티브 캠페인이 먹힌 결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이 기간 주택 판매는 증가하고 유가는 하락했으며 주가도 바닥에서 벗어나는 등 미 경제가 최악을 빠져 나오는 듯한 모습을 보여줬다. 이 또한 매케인 지지율 회복에 도움을 줬을 것이다.
이런 결과를 놓고 보면 앞으로 석 달 동안의 경기가 미 대선을 좌우한다 해도 과언은 아니다. 쉽게 이야기해 대선 때까지 주가가 오르면 공화당의 존 매케인이, 내리면 오바마가 당선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기간 주가는 어떻게 움직일까. 월가의 여러 격언 중 ‘5월에는 팔고 가라’(Sell in May and go away)라는 것이 있다. 주가는 11월부터 4월까지 많이 오르고 5월에서 10월까지는 내리는 경향이 있다. 특히 요즘 같은 불경기 때는 더 그렇다.
투자가들이 직접 돈을 거는 아이오와의 전자 대선 시장은 오바마의 승률을 62%로 보고 있다. 여론 조사 결과가 비슷하게 나와도 투자가들은 오바마에게 승산이 있다고 보는 것이다. 이는 다시 말해 앞으로 당분간 주가가 오르고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기보다는 침체 상태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과연 미 주식 시장은 오바마와 매케인 중 누구 손을 들어줄 것인가. 덴버에서 민주당 전당대회가 열리는 25일 다우존스 산업지수는 240 포인트 폭락했다. 매케인에 좋은 조짐은 아닌 것 같다.
민 경 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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