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이목을 끌었던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은 세계 신기록 43개, 올림픽 신기록 126개라는 큰 성과를 달성하고 막을 내렸다. 기록은 깨지기 마련이라고 하지만 이처럼 풍성한 경기 업적을 낸 올림픽은 일찍이 없었다. 한국도 금메달 13개를 포함하여 총 31개의 메달을 획득하여 204개국 가운데 국가별 메달 수로 볼 때 7위권에 진입하는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
이번 올림픽 경기는 밤낮이 틀린 시차 때문에 부분적으로 관전할 수밖에 없었으나 느낀 점이 많았다. 무엇보다도 온 국민을 그토록 들뜨게 한 메달의 색깔에 별로 의미를 주고 싶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수영의 펠프스나 단거리 육상의 볼트 같은 뛰어난 우승자도 있었지만 비록 승리를 했다 해도 상대방의 순간적인 실수에 의한 어부지리도 있었다.
특히 많은 결승전에서의 실력은 우열을 가릴 수 없을 정도여서 그 때의 컨디션에 따라 메달의 향방이 갈렸다.
또한 현대 올림픽의 창시자 쿠베르탕의 꿈이었던 스포츠의 대중화를 통한 인류의 화합과 친선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었고 지역 간, 민족 간 치열한 경쟁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이제 참가에 의미를 두었던 올림픽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으며 국가주의, 상업주의에 물든 대회로 변질되어 있었다.
중국은 올림픽 개최국으로서 메달을 많이 획득하려는 목표도 있었겠으나 그 보다는 이 기회를 통해 전 세계에 정치, 경제, 문화, 사회 등 전반적 분야에 걸쳐 자국의 위상을 알리는 호기로 삼았다. 바꾸어 말하면 중화민족의 우수성과 자긍심을 부각시켜 대내외적으로 일류 국가로서 부족함이 없다는 점을 과시하려는 노력이 역력했다.
따라서 이번 올림픽의 성공은 중국과 격심한 경쟁을 벌여야 하는 한국에게 의미하는 바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은 선수들이 거둔 메달 수나 국가별 순위에 마냥 도취해 있을 때가 아니다. 스포츠는 다만 스포츠 일뿐이다. 보다 중요한 것은 지금 한국과 국민이 그 성적에 걸맞은 위치에 서있는지 깊이 생각해 보는 일이다. 자칫 메달 순위가 이탈리아나 프랑스 보다 높다고 그들보다 우월하다고 생각한다면 이는 큰 오산이며 늘 숙적으로 여기고 있는 일본에 대하여 가지고 있는 폄하도 열등감의 표출 일뿐 바람직한 태도가 아니다. 상대방을 업신여긴다고 우리가 높아지는 것이 아니며 데모하고 목청을 돋운다고 이기는 것도 아니다.
한국이 세계 속에서 당당한 일류 국가, 살기 좋은 나라를 이룩하기 위해서는 상대적으로 취약한 소프트웨어 부문을 강화시켜야 한다. 공공질서를 지키려는 준법정신과 더불어 이성과 양식의 안목으로 세상을 볼 수 있는 문화시민으로 커 나가도록 범국민 의식 개혁운동을 펼쳐나가는 일이다.
모처럼 올림픽으로 모아졌던 온 국민의 마음과 뜻이 다만 일시적인 열광과 흥분으로 끝날 것이 아니라 한국의 선진화에 동력이 되는 정신운동으로 승화, 계승되어야 할 것이다. 올림픽의 성화는 꺼졌어도 국가 간의 올림픽은 결코 끝나지 않았으며 지구상에 국가와 민족이 남아있는 한 계속 될 것이다.
조만연
수필가, 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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