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선수들은 뱀(snake)을 먹는다’-. 지난 1984년 LA 올림픽 때 한 미국 신문의 보도다. 미국 기자들이 선수촌을 방문했다. 마침 둘러앉아 쥐포 종류를 먹고 있는 한국 선수들에게 먹는 게 무엇인지 물었다. ‘스낵’(snack)을 먹고 있다는 대답이었다. 그게 미국 기자들에게는 ‘스네이크’로 들렸다. 미국인에게 생소한 먹거리와 미숙한 영어소통이 빚어낸 촌극이다.
LPGA(미국 여자프로골프협회)에서 활약 중인 한국 선수들이 대거 퇴출될 위기에 몰렸다. LPGA는 골프투어에 참여하는 외국 선수들에게 영어회화 시험을 실시, 의사소통을 제대로 못하는 선수들에게 ‘출전정지’ 처분을 내릴 것이라고 발표했다. LPGA에 등록된 외국인 선수는 모두 121명으로, 그 중 45명이 한국인이어서 이번 조치는 한국 선수들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도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다.
이 방침을 발표하면서 LPGA는 스스로 ‘이윤을 추구하는 단체’임을 강조했다. 스폰서가 중요하다는 것으로, 선수들도 투어 발전을 위해 책임감을 가져야 하고, 또 골프 팬과 후원사를 위해서도 어느 정도의 영어 능력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영어를 못하는 선수가 우승을 할 경우 인터뷰도 못하는 일이 잦아 팬 서비스는 물론이고 스폰서 기업의 홍보에도 차질을 빚게 된다는 이야기다.
LPGA의 입장도 어느 정도 이해가 된다. 그러나 이는 명백한 차별이라는 생각이다. 그동안 우수한 기량을 지닌 외국 선수들이 LPGA를 발전시킨 면은 별로 고려되지 않았다. 그리고 미국 내 어떤 프로 스포츠에서도 영어시험을 치른다는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 형평성도 벗어났다. 오죽했으면 뉴욕타임스도 한 마디로 ‘잘못된 착상’(bad idea)이라고 사설을 통해 비판하고 나섰을까. LPGA는 영어 의무화 조치를 즉각 철회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한 가지 집고 넘어갈 것이 있다. 이번 조치는 일부 한인 골퍼들이 보여준 비(非)매너와 관련, 자승자박의 결과는 아닌가 하는 점이다. ‘끼리끼리’만 몰려다닌다. 지켜야 룰을 무시한다. 그리고 영어를 못한다는 핑계로 지역봉사 활동은 걸핏하면 빠진다. 이런 불미스러운 이야기들도 들려와 하는 말이다. 골프에서는 실력만큼 중요한 게 매너다. 프로 선수로서는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이 점도 돌아보아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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