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삼십년 만에 고향을 찾아갔다
눈에 띄는 간판은
미국의 내 사는 곳보다 더 낯설은 외래어들 뿐
나, 숨바꼭질하던 골목이름도
영어보다 더 영어다운 이름 속에 묻혀버렸다
이제는 오직
추억만이 고향이라는
먹먹한 슬픔이 발길을 잡아 묶는다
고향 싫어 떠나놓고는, 그리워한다는 말
이해할 수 없다고
한평생 고향을 지켜온 동생의 빈정대는 위로에
가슴을 덮치는 태평양 파도 같은 뒤늦은 참회여
동생의 계속되는
이해 할 수 없다는 원망의 반박이
고스란히 담아온 추억 하나하나
잊게 만들어도 끝내 놓지 못한 채
왼 종일 찾으러 헤맨 나의 골목
나의 고향
어릴적 물장구치던 동네 앞 바다는
육지로 바뀌고
우뚝 솟은 아파트들 사이에
고향은 흔적도 없다
모래를 집어 올린다
두 손 사이로 빠지는 모래 속에
내 유년의 추억은 한 알도 남아 있지 않았다
저 멀리 바다를 바라본다
가슴 속 어디선가 갈매기가 나르고
목까지 차오르는 울음소리 태평양을 나른다
정문선
한국 창조문학 신인상 당선. 미주 한국문인협회 회원.
시집 ‘그것은 촛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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