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이 보이지 않는 경기침체 속에서 우리 고유의 명절 추석을 맞는다. 한국에선 이미 고향을 찾아 나선 한가위 민족의 대이동이 시작되었을 것이다.
먼 곳의 부모님을 그리는 바다 건너 우리도 마음만은 그들과 함께 귀성길에 오르고 있다.
금년 추석은 일요일(14일)이다. 한국엔 날씨가 흐린다는데 오히려 이곳은 맑아 휘영청 보름달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예년엔 주중이어서 숨 가쁜 일상에 밀려 그냥 지나쳤던 추석이지만 금년엔 가족·친지들과 식탁에도 둘러앉고 초가을 주말 오후 여유롭게 성묘도 나설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그저 명절기분에만 잠기기엔 우리 주변에는 우울한 일들이 너무나 많다. 크고 작은 비즈니스들의 경영난으로 감원이 잇달으면서 미국의 실직률은 지난 5년 새 최고로 뛰어 올랐고 개인부채도 사상 최고를 기록하고 있다. 부동산시장이 무너지면서 주택차압이 속출하고 한인사회에도 폐업과 파산이 날로 늘어간다. 집과 사업체를 날리거나 빚더미에 올라앉는 큰 불행은 피했다 해도 대부분의 우리자신 역시 지난해보다 허리띠를 더 졸라매야 하는 빠듯한 형편이다.
경기회복의 신호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 이럴 때일수록 소중한 것은 가족 사이의 신뢰고 이웃 친지간의 격려다. 나보다 더 어려운 이웃에 대한 배려이고 사려 깊은 나눔의 손길이다. 어려운 사람은 양로원이나 고아원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주변을 돌아보면 가까이든 멀리든 불우한 형편에 처한 사람들이 있다. 갑자기 해고통지를 받은 동료도 있을 것이고 사업 빚에 시달리는 형제도 있을 것이다. 파산에 설상가상으로 건강마저 잃은 친구도 있을 것이고 주택차압으로 가족들이 뿔뿔이 흩어져 더부살이를 시작한 후배도 있을 것이다.
행복해야 불행한 사람을 도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불행한 이웃을 도울 때 기대하지 못했던 행복을 얻을 수 있다. 마찬가지로 부자라야 남을 도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남을 도움으로 해서 진정한 부자가 될 수 있다.
누구나 힘들겠지만 그래도 아직은 직장이 있는 사람이, 집을 가진 사람이, 식탁을 차릴 수 있는 사람이, 건강을 잃지 않은 사람이 자기 주변에서 넘어진 사람들에게 손을 내밀어야 한다. 금년 추석은 넉넉지 않은 나의 것을 함께 나누며 주변의 절망 속에서 희망을 되살려내면서, 서로 처진 어깨를 펴주는 그런 명절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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