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유학을 위한 위장입양이 결국은 문제점들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위장입양 관계가 삐걱거리면서 당사자들이 심한 정신적, 재정적 갈등에 빠지는 가하면, 학생이 양부모의 학대에 무방비로 노출되거나, 집에서 쫓겨나 오도 가도 못하게 된 케이스들도 있다고 한다. 눈 가리고 아웅 식 거짓 가족관계의 한계이자 탈법·편법을 동원한 눈먼 교육열의 한계이다.
미주 한인사회에 ‘위장입양’이라는 말이 등장한 지는 몇 년이 되었다.
교육열 뜨거운 한국의 부모들은 자녀의 조기유학을 위해 위장입양이라는 편법까지 동원했다. 자녀를 친인척에게 입양시키면 체류신분과 학비 문제가 동시에 해결되니 일석이조라는 약은 계산이다.
위장입양의 가장 큰 문제점은 그것이 거짓이라는 사실이다. 입양절차를 밟는 과정은 물론 학교생활 중에도 학생들은 수시로 거짓말을 해야 한다. 어린 나이에 거짓을 생활화하면서 어떤 내적 갈등들을 겪어야할 지 생각만 해도 가엾다. 영어 배우고 산수 배우는 것만이 교육이 아니다. 부모를 통해 배우는 가치관 등 인성교육이 병행되지 않는다면 학교교육은 절반의 교육일 뿐이다. 영어 좀 빨리 가르치려고 자녀를 부모에게서 떼어놓는 것은 소탐대실의 전형이다.
둘째, 위장입양은 가족 구성원들이 심각한 정신적 어려움을 각오해야 하는 일이다. 내 아이도 마음대로 안 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남의 아이 키우기는 몇 배 더 힘들다. 학생과 입양한 부모 간의 마찰은 종종 한국의 친부모에게 까지 번져서, 선의로 시작한 입양이 형제나 친지 사이를 원수지간으로 바꾸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하물며 브로커를 통해 금전적 거래로 형성된 위장입양의 경우는 정신적 육체적 학대 케이스까지 있다고 하니 위험천만한 일이다.
셋째, 위장입양은 미주한인사회의 이미지를 깎아내릴 위험이 있다. 탈세, 가짜상표, 주소지 허위보고 등 불법·편법 문제가 터질 때마다 한인사회가 주목을 받아온 것이 사실이다. 최근 들어 한인들의 입양신청이 거부되는 현상은 간과할 일이 아니다. 위장입양이 벌써 주목을 받고 있다는 말이 된다.
위장입양은 한국 부모들의 교육 조급증이 만들어낸 편법이다. 미주한인들이 이의 보조역할을 하지 말았으면 한다. 교육은 100m 달리기가 아니다. 성장기 전체를 관통하는 대장정의 마라톤이다. 교육에 대한 장기적 안목이 해결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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