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집 근처에서 데모하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려 나가보니 20여명의 젊은이들이 새로 이사 온 이웃집을 향해서 데모를 하는 것이었다. 보통 때는 사람의 기척도 없는 막다른 골목 안에서 난데없는 데모라니 어리벙벙해진 나는 우선 그들이 나눠주는 인쇄물을 읽어 보았다.
데모의 이유인즉 그 집주인이 UCLA에서 동물 생체실험을 하는 것이 동물 학대라는 것이었다. 데모대는 45분 정도 데모를 하고 물러났다.
그 후 정체불명의 차가 나타나 한 남자가 운전석에 앉아서 하루 종일 무엇인가를 감시하는 것이었다. 하도 수상해 우리는 경찰을 불렀다. 경찰차가 나타나자 그 사람은 무슨 서류를 보였고 경찰은 돌아갔다.
호기심이 생겨 알아보니 이들은 경비업체 직원으로 매일 24시간 2교대로 데모에 대한 경비를 선다는 것이다. 이들 말에 의하면 데모대는 대략 3주 내지 한 달에 한 번씩 나타나며 이곳에서 데모가 끝나면 다음 집으로 옮겨 데모를 한다는 것이다. 데모대 비용은 동물애호단체 같은 데서 나오고 데모 대원들은 고용된 사람들이므로 데모가 언제 끝날지는 모른다는 것이다. 그 집 주인은 UCLA에서 연구하는 박사이므로 UCLA 학교 경찰이 경비비용을 부담한다고 했다.
3주 후에 데모대가 다시 찾아왔다. 경찰차가 아무 말 없이 지켜보는 가운데 경비대원은 비디오카메라로 데모 현장을 찍고 어느 데모대원은 수건으로 얼굴을 가리기도 했다. 그리고 내 이웃은 감시 카메라를 설치하고 집 앞에 담을 쌓기 시작했다.
어제는 NBC 방송국 밴이 다녀갔다. 이슈가 공론화하는 것 같다. 미국의 데모는 이렇게 법의 테두리 안에서 진행된다.
한국의 데모는 종류도 많고 대규모이다. 응원단식 데모부터 과격 데모까지 또 양심선언 데모부터 종교단체의 힘의 과시까지 여러 가지다. 그리고 그들은 소기의 목적을 대부분 달성하는 것 같다.
그러니 한국에는 데모를 계획하고 운영하는 전문 인력과 데모의 일선에서 데모대를 이끄는 일을 업으로 하는 소대장들도 있을 것이다. 데모용 소품을 빌리는 곳도 있다 한다. 그러지 않고서야 어떻게 대규모 데모가 계획대로 진행되겠는가. 그리고 이들 데모를 정치 세력화하는 고문급 정치가도 있을 것이다.
한국에는 왜 대규모 데모가 많을까. 우선은 대학에서 이념투쟁으로 훈련된 기성 데모 대원들이 많다. 또 노동조합은 임금투쟁에서 파업을 강행할 실력을 보이려면 정치이념 투쟁을 섞어서 여러 집단을 끌어들이는 것 같다.
요는 한국의 데모는 법의 테두리 안에서 자타가 인정할 수 있는 요구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정치적 압력단체로서 그 효과를 빨리 얻으려고 하는 것일 게다. 법을 존중하는 풍토가 약한 탓인지 혹은 유교적 전통이 아직도 강해서 그런지 한국에서는 법의 공정성보다는 정치적으로 무난히 문제를 피해 가려는 경향이 강한 것 같다.
그래서 한국의 데모는 비교적 쉽게 정치적으로 문제를 푸는 것 같다. 그리고 사람들은 데모를 자주 이용하려 들고 국민들도 데모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분위기이다.
그러나 긴 눈으로 볼 때 한국의 데모는 나라의 규범을 어기고 많은 경제적 손실을 초래하며 장래를 불안케 하는 요소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한국 정부와 국민은 데모의 피해를 좀 더 깊이 생각해야겠다.
권대원
KAFT.NET 대표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