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9일 유니언스퀘어 극장에서 시작된 또 하나의 한국산 넌버벌 퍼포먼스 브레이크 아웃은 이번 공연을 통해 미국 관객에 취향에 맞는 장기 흥행작의 가능성을 시험하고 있다.
맨하탄 유니온 스퀘어 극장에서 10월 12일까지 공연되고 있는 또 하나의 토종 넌버벌 퍼포먼스 ‘브레이크 아웃(Break Out)’은 ‘익스트림 댄스 코메디’를 표방하는 흥겨운 공연이다. 각자 특성을 가진 6명의 죄수가 ‘힙합 비서’라고 부를 수 있는 기전을 손에 넣으면서 탈옥하고 이들을 잡으려는 간수들의 쫒고 쫓기는 상황이 주된 줄거리지만 줄거리 자체는 큰 의미가 없고 각 상황마다 웃음을 자아내는 개그와 액션과 춤 등이 이어진다.
기본적으로 비보이들이 주인공으로 나서지만 올 봄 단기 공연했던 ‘비 얼라이브’에 비해 브레이크 댄스 외에 훨씬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또한 한정된 공간을 효율적으로 이용하면서 스크린의 역할도 대신하는 책갈피식 무대장치, 상황을 설명하는 내레이션 역할까지 대신하는 그래픽과 자료화면, 쉴새없이 변하는 음악과 맞아 떨어지면서 배우들의 동선을 찾아가는 조명, 순발력 있게 등장하는 각종 대 소도구 등 같은 극장에서 장기 공연을 했던 점프에 비해 여러모로 진일보한 무대극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특히 톰과 제리를 연상케 할 정도로 쉴새 없이 무대 위를 뛰어다니며 추격극을 벌이는 배우들이 완벽한 연기의 합을 맞추는 것에서 한국에서
장기 공연했던 출연자들의 호흡을 느낄 수 있다.
무엇보다 이 작품은 1시간여의 공연동안 잠시도 웃음을 그치지 않게 만든다. 앞서 말한 톰과 제리 등의 애니메이션과 버스터 키튼 시대의 무성영화의 슬랩스틱을 적절히 차용하기도 했지만 비언어극의 연륜이 쌓이면서 연출자와 출연자들이 장르의 고유한 웃음코드를 생성하기 시작했다는 느낌이다. 제작팀이 미국 진출에 자신감을 보이는 것도 이 작품에 ‘미국식 웃음’이 풍성하게 담겨있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연에 대한 기대치가 높았던 관객이라면 한참 웃은 후에도 허전함과 함께 약간의 피로감을 느낄 수도 있다. 1시간여의 길지 않은 공연동안 ‘단 몇 초라도 웃음이 멈추면 안된다’라는 연출자와 출연진의 강박관념이 자주 억지와 오버의 형태로 나타나 관객을 지치게 한다. 즉각적이고 강렬한 허무 개그를 선사하는 웃찾사와 개그콘서트 등에 익숙해진 한국의 젊은 관객층에게 어필하기 위해서는 더 센 자극을 필요로 했을 것이다. 하지만 자극은 갈수록 강도가 높여져야만 효과를 볼 수 있고 결국 관객이 이해할 수 있는 슬랩스틱을 벗어난 유치함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
토종 비언어극에서 빠지지 않는 순서지만 관객 한명을 무대에 불러 세우는 장면도 언제나 위험하다. (실제로 19일 공연에서는 관객의 오버로 한동안 무대가 썰렁해졌다) 어쨌든 ‘브레이크 아웃’은 재치와 기발한 아이디어, 그리고 세계 최강인 한국 비보이의 화려한 댄스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제작팀이 “10월 12일까지 일종의 시험 공연을 통해 미국 관객
의 반응을 면밀하게 살핀 뒤 업그레이된 작품을 내년 중 장기 공연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히고 있기 때문에 훨씬 완성도 높아진 브레이크 아웃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박원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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